국내 상장사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최근 3년여간 11조 원 어치에 가까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이달 10일까지 3년여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10조 9천여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덮친 2020년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4조원 수준이었다.
자사주 소각 규모는 2021년 2조 5,407억원까지 줄어든 뒤 지난해 3조1,350억원으로 23% 증가했고, 올해들어 이달 10일까지 1조 2,724억원을 기록 중이다.
자사주 소각 공시 건수는 2021년 32건에서 작년 64건으로 두 배로 늘었고, 올해 자사주 소각은 공시 기준으로 11건에 달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상장사는 현대차 3,154억원, KB금융지주 3천억원, 메리츠화재 1,792억원, 신한지주 1,500억원, 하나금융지주 1,500억원, KT 1천억원, 한국콜마홀딩스 537억원, 풍산홀딩스 86억원 등이다.
코스닥시장에선 와이엠씨(32억원), 하이록코리아(99억원),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22억원) 등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자사주 소각이 배로 늘어난 것은 증시가 2021년 고점을 찍고 약세로 돌아서자 상장사들이 주주들의 주가 부양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로 풀이됐다.
자사주 이익 소각은 기업이 이익잉여금으로 자사주를 매입 후 없애는 것으로 자본금은 줄어들지 않으며 유통 주식 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진정한 주가 부양 효과가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선진국 증시 상장회사들의 경우 `자사주 매입 후소각`을 배당보다 주가부양 및 안정효과가 큰 주주환원 정책이라고 보고 이를 적극활용한다"며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질 때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으면서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본격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향후 자사주 소각 여부가 주주환원 정책의 가장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가의 저평가를 탈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수 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올해 업무보고에서 4분기 중 자사주 취득·처분 공시 강화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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