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나노 반도체 미세화 공정 '혁신'…효율성 극대화
AI, 빅데이터, 초연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반도체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한때 전세계가 협업하던 반도체 공급망은 자국 중심의 주도권 전쟁으로 변해가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무한 경쟁 속에서 `K-반도체`가 글로벌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반도체 미세화를 실현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이중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반도체 극자외선, 즉 EUV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
지난 2019년 설립해 첨단 반도체에 사용되는 EUV 마스크 관련 계측 장비를 개발하고 있는 이솔이다.
● EUV 기술 적용, 7나노 반도체 미세화 공정 효율성 높여
이솔은 `EUV Solution`의 약자로 EUV와 관련된 혁신적인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UV는 차세대 반도체 미세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반도체 칩은 작은 면적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어넣는 것이 핵심인데, 이를 위해 미세한 패터닝이 필수적이다.
반도체 미세화를 위해 패터닝 공정에서 짧은 파장을 사용해야 하는데 EUV는 13.5nm라는 짧은 파장을 가진 빛이다.
김병국 대표는 "한마디로 X-ray에 가까운 빛으로 7나노 반도체 이하는 EUV 기술 없이는 만들 수 없다"며 "EUV라는 빛은 발생시키기도 어렵고 발생한다 하더라도 너무 약하며 세상의 모든 물질에 흡수되므로 진공이 필요하고 매우 어려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EUV 공정이 실현되기 이전에도 7나노 반도체의 미세화 정도는 가능했지만 패턴을 둘로 나누어서 마스크 2장이나 4장을 사용했다. 그렇게 되면 패터닝 뿐만 아니라 후속 프로세스도 두번 내지 네번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공정단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EUV로는 한번에 가능하기 때문에 공정 과정도 짧아지고 비용도 오히려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무모한 일" 만류 불구 "은퇴 전 의미 있는 일 해내자" 창업 도전
김 대표는 대기업에서 마스크 관련 연구개발과 생산의 핵심을 담당했다. 김 대표는 "EUV 시대가 도래하면서 EUV 마스크가 매우 중요해졌고 반도체 칩메이커들은 세계 정상의 위치에 있었으나 우리나라의 반도체 관련 소부장 업계는 세계무대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우리가 은퇴하기 전에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라고 의기투합했다"고 창업 초기의 상황을 회상했다.
김 대표는 "EUV가 워낙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이고 기술 개발이 아니라 양산용으로 만든다는 것에 대해 어려움도 많았다. 기업들은 믿지 않았지만 하나 둘 장비가 양산용으로 들어가니 세계 유수의 경쟁자들이 견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펠리클 전문기업, 이솔 제품 1년 사용 후 평가 "대만족"
EUV 필수장비는 EUV 광을 사용하는 모든 것을 통칭한다. 칩의 패터닝을 하는 EUV 스캐너, 칩의 원판인 EUV 마스크를 검사하는 EUV 마스크 검사기, 결함이 발견될 경우 칩에 영향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EUV 현미경 마지막으로 EUV 펠리클을 사용할 경우 EUV 펠리클 관련 장비가 필요하다.
현재 네델란드와 독일, 그리고 일본기업이 100% 독점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에서도 이솔은 핵심 장비로 손꼽히는 EUV 마스크 리뷰 장비로 EUV 현미경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EUV 마스크를 제작할 때 결함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결함이 웨이퍼에 찍어도 되는 수준인지 아닌지를 매우 상세하게 판단하는 장비다.
김 대표는 "EUV 팰리클 장비가 한 전문기업에 납품돼 1년 정도 사용된 적이 있는데, 그 결과에 만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EUV 광을 사용하는 장비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EUV 소재 개발이나 품질의 연속성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EUV 간섭 패터닝 설비도 개발해 연내에 데모기기를 완성할 예정이다.
● 활용처 확대하는 EUV…"웨이퍼 분야까지 사업 확장 계획"
EUV 광원은 반도체 외 다른 영역에서도 그 활용처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이전까지 13.5nm에 해당하는 EUV 광원은 현재 반도체 이외의 활용 영역은 거의 없는데 EUV가 X-ray 근처의 파장이라서 이렇게 짧은 영역의 파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바이오나 의학쪽에도 이러한 정도의 광원이 필요할 것으로 김 대표는예상했다.
한편 이솔은 자체적으로 광원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데 모회사인 FST사가 개발 해 놓은 EUV 광원을 산업용으로 발전시켜 사용하고 있다.
이솔처럼 장비에 들어가는 EUV 광원을 자체 제작하는 것이 흔한 사례는 아니다.
전세계에 두 곳이 있는데, ASML과 ESOL이다. 주요 고객사는 주로 칩메이커이며 그 밖에도 EUV 마스크나 EUV소재 메이커 등이 있다.
김 대표는 "이솔의 경우 해외 시장 진출 처음부터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었는데, EUV를 사용하는 회사들이 전 세계에 퍼져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글로벌을 상대로 판매를 해야 했다"며 "창업 초기부터 언제든 해외 시장에 공급을 할 준비는 되어 있었다"
이솔은 지난해 시리즈 A 투자를 350억 유치했고 내년 초 정도에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받을 계획이다.
앞으로 EUV와 관련된 더 높은 난이도가 있는 장비에 도전을 하고 역량을 쌓아서 웨이퍼 분야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parkjs@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