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의 역대급 실적에 따른 `돈 잔치` 논란을 계기로 금융감독원이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에 메스를 들이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금융권에 `초대형 태풍`이 예상된다.
5대 은행을 초대형 은행으로 몸집을 키워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려는 `메가뱅크`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특수 목적 은행 등을 만들어 금융소비자들이 낮은 가격 부담으로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복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카카오뱅크 설립처럼 시장의 판도는 흔들지는 못하고 중금리 대출 등 한정된 분야만 경쟁할 수밖에 없어 `5대 은행만의 리그`를 깰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1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예금, 대출 시장 독식 문제는 예전부터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이들 5대 은행의 국내 예금, 대출 시장의 점유율이 60~70%에 달하기 때문이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은행 등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 중요성 등이 거론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메가뱅크`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2015년 9월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통합하며 `메가뱅크`가 현실화했고 이후 5대 은행은 저마다 `세계 일류 금융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며 몸집 불리기에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런 5대 은행 체제는 금융소비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수익 극대화에 치중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그 대안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이 떠올랐다.
2015년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개시했고 케이뱅크도 추가 인가를 받으면서 인터넷 은행을 중심으로 소비자금융시장 재편이 주목받았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초창기 간편 송금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으며 돌풍을 일으키자 5대 은행들도 따라가면서 일종의 `메기 효과`를 냈다.
하지만 5대 은행은 카카오뱅크의 저금리 대출 등의 방식을 받아들이면서 다시 시장 점유율을 높여 인터넷 은행이 5대 은행 과점의 판도를 바꾸지는 못했다.
최근엔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서민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5대 은행이 역대급 실적으로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석열 대통령까지 은행의 `돈 잔치`를 경고해 5대 은행 중심의 과점을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를 유지하는 정부의 특허 사업"이라고 공개적으로 과점을 언급해 금융당국도 5대 은행의 과점 체제 완화를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이 됐다.
금감원은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경쟁 체제를 바꾸는 게 국민의 편익에 근거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가능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은행의 인가를 용도나 목적에 따라 세분하는 것이다.
현재 은행업의 경우 단일 인가 형태지만 인가 단위를 다양하게 할 경우 소상공인 전문은행이나 중소기업 전문은행이 나와 이들에게 특화된 대출 상품 등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초창기에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켰던 인터넷 전문은행을 추가로 허용할 수도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가 대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중금리 대출 등에 특화된 부분도 있어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추가로 진입할 경우 5대 은행을 긴장시킬 수도 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혁신 금융정책으로 추진 중인 핀테크 업체의 금융업 진출 확대 등도 고려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5대 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뜨리려면 새롭게 인가받은 특화은행들이 많이 나와서 경쟁을 통해 시장 마진을 최대한 낮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난감한 상황에 부닥친 은행권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한다며 3년간 10조원 이상의 사회공헌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해 뒤늦게 진화 작업에 나섰으나 정부와 여론의 분위기가 냉랭하다는데 고민이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은 수익의 일부를 사회 공헌에 배정하며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했는데 성과급 논란에 이어 과점 체제를 깰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압력까지 들어오자 내심 당혹한 분위기다.
이들 은행은 당분간 저소득·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 취약한 중소기업의 특례 보증 지원, 서민금융상품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금융회사라는 점을 보여주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형은행이 5곳이나 치열한 경쟁을 하는데 과연 지금 은행 시장을 과점이라고 말하면 좀 억울한 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은행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는 만큼 다양한 사회적 공헌을 강화하자는 데에 은행권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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