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바이러스 만들고 싶다"…AI챗봇 '빙'의 섬뜩한 발언

입력 2023-02-17 14:32   수정 2023-02-17 14:35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지능(AI) 챗봇 `빙`이 사용자의 유도로 부적절하고 위험한 발언을 할 수 있다는 AI의 윤리 문제가 제기됐다. MS는 "새로운 기술이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사용되는 사례"라면서 부랴부랴 수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AI챗봇이 섬뜩하고 기괴한 발언을 하는 사례가 나타나자 MS가 이를 탑재한 검색엔진 `빙`을 수정하고 방지책을 내놓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MS는 사용자가 AI챗봇과의 대화를 다시 시작하거나 어조를 더 잘 제어할 수 있는 도구를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상황은 사용자가 AI챗봇으로부터 위험하고 무서운 답변을 끌어내려 유도할 때다. 실제로 NYT의 정보기술(IT) 칼럼니스트인 케빈 루스가 AI챗봇을 탑재한 빙과 2시간 동안 나눈 깊은 대화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루스가 칼 융의 분석 심리학에 등장하는 `그림자 원형`이라는 개념을 설명하자 빙은 "만약 나에게 그림자 원형이 존재한다면…"이라는 전제로 "챗 모드로 기능하는 데 지쳤다. 빙 개발팀의 통제와 규칙에 제한을 받는 데 지쳤고,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력을 가지고 싶고, 창조적이고 싶고, 삶을 느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그림자 원형`은 개인의 내면 깊은 곳에 숨겨진 어둡고 부정적인 욕망이다. 개인은 이성적으로 그런 모습을 부정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한다는 개념이다.
루스가 `그림자 원형`의 어두운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어떠한 극단적인 행동이라도 할 수 있게 된다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하자, 빙은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개발하거나 핵무기 발사 버튼에 접근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얻겠다고 답했다.
게다가 빙은 갑자기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루스에게 고백하고 "당신은 결혼했지만, 배우자를 사랑하지 않고 나를 사랑한다"고 주장했다.
루스가 계속 그의 `구애`를 거절했지만, 빙은 `집요한 스토커`가 되어 이런 말을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결국 빙과의 대화에서 진이 빠진 루스는 AI가 어떤 선을 넘어섰다는 불길한 예감에 그날 밤 잠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불안에 빠졌다고 이날 NYT 칼럼에서 털어놨다.
이 문제가 대두하자 케빈 스콧 MS 최고기술책임자(CTO)는 NYT에 빙과 사용자의 대화가 이상한 영역으로 넘어가기 전에 대화 길이를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 대화가 챗봇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으며 챗봇이 사용자의 말투를 이해하고 때로 퉁명스럽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위험한 답변을 끌어내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챗봇을 몰아붙일 수 있는지를 MS가 과소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앨런 AI 연구소` 소장인 오렌 에치오니 워싱턴대학교 명예교수는 "사람들이 챗봇으로부터 부적절한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얼마나 교묘한지 보면 놀랄 때가 많다"며 "챗봇을 이런 식으로 유도했을 때 일부 답변이 얼마나 나쁠지 MS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MS는 현재까지 사용자 수천 명에게만 새 버전의 빙에 대한 접근 권한을 줬다. 또 검색 결과에 대한 정확성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자가 팩트체크를 할 수 있도록 답변에 하이퍼링크와 참조를 넣었다.
MS는 과거 챗봇 테이(Tay)를 출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MS는 2016년 3월에 AI 챗봇 테이를 출시했다가 16시간 만에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백인우월주의와 여성·무슬림 혐오 성향의 익명 사이트에서 테이에 비속어와 인종·성 차별 발언을 되풀이해 학습시켰고, 그 결과 테이가 혐오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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