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기업의 재고를 대신 맡아주고, 특산물이나 관광상품까지 판매한다. 국내에선 어렵지만, 일본에서는 가능한 얘깁니다.
업종간 경계가 갈수록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도 은행과 산업자본의 결합을 제한하는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박승완 기자입니다.
<기자>
일본 3대 은행인 미쓰비시(UFG)은행은 일반 기업의 재고를 사고파는 사업(인벤토리금융)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세운 비금융자회사(MUFG트레이딩)를 통해서인데, 돈을 주고 원자재나 상품을 사들여 보관해뒀다가 기업이 필요할 때에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미쓰비시는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고 기업들의 공급망 관리에도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고 관리에 드는 비용을 아낄수 있는 데다, 오랜 기간 자금이 묶일 일이 없어 이득입니다.
홋카이도, 야마구치 은행 등은 야채나 술 등 특산품을 판매하는 사업에 뛰어들었고, 시코쿠 은행은 전통 음악과 음식을 활용한 관광 상품을 내놨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금융당국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관련 법률과 지침을 고쳐 은행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면서 시작됐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는 가운데 은행권도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이에 더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진출 범위를 넓혀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은행의 처지는 어떨까.
1995년부터 도입된 금산분리 제도로 금융업 이외 다른 산업으로 진출이 제한돼 있습니다.
수익 다각화를 이루고 싶어도 금산분리에 가로막혀 이자 수익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은행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도 금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김혜미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매하면 탐색하고, 구매하고, AS까지의 전과정을 지금은 나눠서 하고 있죠. 은행은 자동차를 살 때 필요한 대출만 해주고요. 고객들이 전과정에서 조금 더 편하게 활동하길 원하기 때문에 은산분리 완화를 통해서 비금융사업도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상반기 내에 본격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오는 23일부터 본격 가동되는 `은행권 경영 개선 TF(태스크포스)`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장기간 이어져온 규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한국경제TV 박승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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