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챗 GPT` 열풍이 거센 가운데 출판계에 챗 GPT가 직접 쓴 책이 잇달아 선보이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18일 출판사 스노우폭스북스에 따르면 인공지능 챗봇 `챗 GPT`가 직접 쓰고 편집과 교열까지 본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이 오는 22일 출간된다.
챗 GPT는 인쇄와 출간 작업을 제외한 집필·번역·교정·교열 등 고유의 편집 작업을 단 30시간 만에 끝냈다. 번역은 AI 파파고의 도움을 받았다.
인간이라면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일을 단 이틀 만에 마무리한 것이다.
책에는 한글 원고와 영문 번역 본문이 함께 수록됐다.
책 표지도 여러 시안을 AI가 제시했으며 그 가운데 편집자가 골랐다.
책은 `인연` `만족` `하루` `인생` `목적의식` 등을 키워드로 삶의 지평을 넓히는 45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책을 기획한 서진 대표는 AI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출판계가 고사하지 않을까 하는 위기의식에서 AI의 성능과 가능성을 알아보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획안과 목차 정도의 짧은 내용을 AI에 입력했고, AI는 단시간 내에 진화하는 학습 능력을 보이며 비교적 완성도 높은 책을 내놨다.
그러나 현재 단계에서 한계도 분명했다. AI는 각 장에 해당하는 내용은 전문적인 부분까지 상세히 썼으나 각 장의 유기적 연결까지는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했다.
서 대표는 "10페이지 정도는 놀라울 정도의 완성도를 보였으나 여러 장을 아우르는 유기적 연결에서는 미흡했다"며 "책의 전반적인 연결성에선 인간 저자에 견줘 능력이 아직 부족했다"고 말했다.
또한 각 장의 내용을 5천 자 정도로 요구했으나 3천 자 분량밖에 채우지 못했다. 학자나 유명인들의 말을 인용할 때도 편집자의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다만 서 대표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저자가 AI의 도움을 받아 글을 작성하면 커다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역량 있는 저자에게 대단한 비서나 팀원이 생긴 셈"이라며 "AI와 협업하는 작업은 전문가들에게 대단한 메리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역량 있는 전문가가 챗봇과 함께 쓴 책도 선보인다. 국내를 대표하는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질문하고 챗 GPT가 대답한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동아시아)다.
김 교수는 지난 1월 한 달간 십 여차례에 걸쳐서 챗봇과 대화를 나눴다. 챗 GPT가 자기 입으로 자신의 작동원리를 설명해주는 것을 시작으로, 사랑이나 정의, 죽음, 신 등 인간도 이야기하기 어려운 형이상학적 주제들에 관한 폭넓은 논의가 이어졌다.
작업 중 눈길을 끄는 건 챗봇의 발전 속도였다. 챗GPT는 사랑이나 정의 죽음 등 추상적 질문에서는 두루뭉술하고 애매하게 답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심화학습`(딥러닝)을 통해 구체적이고 명료한 대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사랑을 느끼기 위해서는 육체가 꼭 필요할까?"(김대식)
"사랑과 이와 관련된 신체 감각을 느끼는 능력은 신체를 가지고 있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에 물리적 육체가 없는 객체의 경우에는 사람이 느끼는 것과 동일한 감각으로 사랑을 경험하는 건 불가능합니다."(챗GPT)
모든 대화는 영어로 이뤄졌으며 번역과 교열, 편집 작업은 모두 `인간 전문가`가 담당했다. 책은 오는 27일 출간될 예정이다.
(사진=동아시아·스노우폭스북스 제공)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