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의 행동을 주시하고 적대행위라고 판단되면 상응한 대응을 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는 등 본격적인 도발에 나설 태세다. 한미도 이에 강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여 군사적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한미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도발 다음 날인 19일 미국 B-1B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해 연합공중훈련으로 맞대응했고, 북한이 이를 빌미로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등 `강대강` 대치 국면이 본격화됐다.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지난 18일 ICBM 화성-15형 발사훈련으로 ICBM 부대들의 실전 능력이 높이 평가됐다면서 모든 미사일부대에 강화된 전투태세 유지를 지시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이날 담화를 통해 "적의 행동 건건사사를 주시할것이며 우리에 대한 적대적인 것에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대북 적대행위라고 판단되면 전투태세를 유지하는 미사일부대가 건건히 대응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북한이 `대북적대행위`로 인식하는 대표적인 유형은 한미 연합훈련이다.
한미는 오는 22일 미국에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하고, 내달 중순에는 대규모 야외기동 및 상륙훈련이 포함된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가 예정되어 북한의 `맞대응`이 예상된다.
DSC TTX는 북한의 핵 공격 시나리오를 상정한 연합연습이고, FS는 북한이 강하게 반발했던 과거 `독수리 훈련`(Foal Eagle) 부활과 같아 `강대강` 원칙에 따른 고강도 전략 도발로 응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ICBM을 정상 각도(30~45도)로 쏘거나 지난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때 공개한 고체연료 ICBM 시험 발사, 7차 핵실험 등도 거론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미국을 겨냥한 ICBM 능력을 우선으로 보여주려 한다"며 "향후 기술적 준비가 되었다면 미국을 타격할 중장거리 전력을 지속해서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는 북한의 ICBM 도발과 향후 예상되는 추가 도발 가능성에 `경고장`을 날렸다.
양국은 ICBM 발사 바로 다음 날인 이날 미 B-1B 폭격기와 한국 F-35A·F-15K 등이 참가하는 연합공중훈련을 시행해 신속한 응수에 나섰다.
미국 전략자산인 B-1B와 한국의 최첨단 스텔스 F-35A 전투기를 동원해 연합방위태세를 과시한 것으로, 북한이 이를 `적대적인 것`으로 여기고 재차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우려된다.
합참은 "이번 훈련으로 미 확장억제 전력의 적시적이고 즉각적인 한반도 전개를 통해 동맹의 압도적인 전력에 의한 한미 연합방위 능력과 태세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향후 본격적인 도발을 예고한 것은 심각한 경제난과 이에 따른 초조함이 반영됐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 내부 사정이 매우 어려워 외부 위협 고조를 통한 돌파를 모색하는 양상"이라며 "한미 위협을 부각하여 주민을 결속하는 전형적인 북한의 행태"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식량 사정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의 전년도 식량 생산량은 2022년도 451만t이었고, 2021년에는 469만t이었다"며 "지난해 식량 생산량은 전년보다 3.8%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최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부촌`으로 꼽히는 개성에서도 식량난으로 하루 수십 명씩 아사자가 발생하고, 혹한 피해까지 겹쳐 극심한 생활고로 자살자까지 속출하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은 극심한 식량 문제를 `절박한 초미의 과제`로 지칭하며 이달 하순 농업 문제만을 논의하기 위해 노동당 전원회의 소집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남한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대할 의향이 없다"며 남측의 대화 제의를 재차 일축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담화라고 밝힌 김여정 부부장은 "바보들이기에 일깨워주는데 대륙간탄도미싸일로 서울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은연 중 남측의 군사적 역량을 깎아내리는 한편, ICBM이 미국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최근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등장으로 입지가 축소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돌았던 김 부부장이 오빠의 위임에 따른 담화 발표로 위상이 건재함을 보여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위임에 따라 끝으로 경고한다"고 밝힘으로써 김정은을 대리해 대외 메시지를 냈음을 말해줬다.
김 부부장은 김주애가 아버지와 열병식 주석단에 있을 때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김 위원장이 딸 손을 잡고 행사장에 들어설 때는 귀퉁이에 서 있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원 총장은 "김주애의 등장으로 김여정의 지위변화 등을 예견했으나, 김여정은 오빠 김정은을 도와 대남 대미 총책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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