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없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이라며 재차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개정안은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라는 추상적 표현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사업주에게 노동조합법 상 사용자로서 모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를 통과한데 이어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 요구로 구성된 안건조정위에서도 지난 17일 야당 주도로 가결됐다.
현재 노조법 2조에서는 `사용자`에 대해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환노위 소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정의에서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 장관은 "사용자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구체화되지 않아 원청은 자신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인지, 단체교섭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을 예측할 수 없어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반된다"며 "단체교섭의 장기화, 교섭체계의 대혼란, 사법 분쟁 증가 등 노사관계의 불안정과 현장의 혼란만 초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파업 만능주의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그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동쟁의와 적법한 파업의 범위가 사법적 판단을 통해 해결해야 할 부분까지 확대된다"며 "임금체불, 해고자 복직 등의 권리분쟁이법원이나 노동위원회의 법률적 판단이 아닌 노조가 파업 등 힘으로 해결할 수 있게 돼 노사갈등 비용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조의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개정안은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민법상 손해배상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다"며 "이는 피해자가 일일이 과실비율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공동불법행위자 모두에게 배상책임을 지도록 해 피해자 배상을 우선하는 대법원 판례와 충돌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행위 책임에 대한 중대한 예외를노동조합법에 규정하는 것은 법체계상 맞지 않고,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보호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며 "다른 공동불법행위자들과의 형평에도 어긋나며, 일부 노조의 불법행위를 과도하게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고용부 실태조사 결과,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대부분(89.3%)은 사업장 점거, 폭력과 같은 쟁의행위 수단의 위법성 때문이었고 90% 이상이 특정 노조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장관은 또 "이번 법 개정으로 노사관계의 불안정과 노사갈등 비용이 커지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기업의 손실, 투자 위축 등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 어려움, 일자리 감소 등 연쇄적 부작용 속에서 미래 세대인 청년의 일자리 기회를 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사관계 법·제도 전반과 현장에 큰 혼란을 가져오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서 재고해 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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