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른 기업들의 보조금 신청이 내주 시작되는 가운데 보조금을 확보하기 위한 미국·외국 반도체 기업들의 `로비 전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반도체지원법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함께 로비에 나섰던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이제 보조금을 둘러싸고 공개적·비공개적 쟁탈전에 나섰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오는 28일부터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390억 달러(약 50조원) 규모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보조금에 대한 신청을 받는다.
작년 8월 공표된 반도체지원법은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보조금과 연구개발 지원금(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68조6천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공급업체와 이들의 협력업체, 그리고 이들을 대표하는 각종 업계 단체들이 관련 보조금의 의회 통과를 위해 로비를 강화하면서 이들이 지난해 로비에 집행한 금액은 5천900만 달러(약 768억원)로 전년(3천600만 달러)보다 약 64% 늘어났다.
이는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분배가 앞으로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NYT는 진단했다.
윌리 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모두가 파이의 한 조각을 원한다"며 "기업들이 경쟁사들을 상대로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제기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일(산업 지원)은 오랫동안 해본 적이 없다. 많은 것이 걸려있다"고 덧붙였다.
공개적으로 보조금에 대해 논의했던 대다수의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라는 공통의 목표를 강조했지만, 분명한 차이점도 드러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자사 생산 계획의 장점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서서 경쟁사가 더 적은 자금 지원을 받아야 한다거나 운영 방식에 엄격한 제한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 중 소수만이 경쟁사의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
인텔과 글로벌파운드리스, 스카이워터테크놀로지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외국 기업들이 자국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계속 미국 공장을 운영할 수 있을지 여부 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를 사실상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또 외국인 투자를 환영하지만, 자사는 장기간 미국에 반도체 설계와 연구·생산 기능을 집중해왔기 때문에 특별 배려를 받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반면 인텔의 경쟁사들은 인텔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위험한 베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내 일부 관계자들도 인텔이 경쟁사들을 기술적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인텔은 작년 4분기 영업손실 7억달러(약 9천139억원)로 50년 만에 최악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분기 배당금도 65% 줄이기로 했다.
아울러 미 정부 관계자들은 TSMC가 미군에 필수적인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 때문에 이 회사의 미국 내 생산시설 확장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TSMC는 상무부에 제출한 보조금 관련 신청서에서 기업 본사의 소재지에 기반한 특혜 대우는 효과적인 지원이 아니라며 외국 기업을 차별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TSMC의 최대 고객 중 하나인 반도체 기업 AMD도 TSMC의 미국 내 확장을 지지했다.
인텔이 오하이오·애리조나주에 짓는 공장을 실제 가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려고 한다는 경쟁사의 지적도 나왔다.
인텔 경쟁사인 AMD는 인텔을 겨냥해 "연방정부 지원을 받는 시설은 완공과 동시에 가동돼야 한다"며 "유휴 상태이거나 수요 증가에 대비해 예비로 마련한 시설은 보조금을 즉시 박탈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앨런 톰슨 인텔 부사장은 공장 건물을 지은 다음 시장 수요에 맞춰 장비를 갖추고 있다며 "보조금을 공장 건물만 짓는데 사용할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일정 금액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은 실망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국가 안보"라며" 모든 반도체 업체가 원하는 것을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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