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새로운 수요처로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떠오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챗GPT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 주가는 작년 말 146.14달러에서 지난 24일 232.86달러로 뛰었다. 올해 들어서만 60% 가까이 올랐다.
엔비디아 주가를 끌어올린 재료는 챗GPT 열풍이다.
챗GPT는 대규모 데이터 학습에 엔비디아의 A100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개를 활용했다. GPU는 데이터를 한 번에 대량으로 처리하는 병렬 처리 방식 반도체로 현재 AI 분야에서 많이 활용된다. 엔비디아의 GPU 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줄줄이 AI 챗봇 경쟁에 뛰어들면서 AI 머신러닝 구동에 적합하다고 평가받는 엔비디아 칩에 쏠리는 관심도 커졌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챗GPT가 창출할 새로운 메모리 수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챗GPT 같은 AI 분야 데이터 처리에 쓰이는 GPU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D램이 대거 탑재되기 때문이다.
AI 수요 증가에 발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와 AI 프로세서를 하나로 결합한 HBM-PIM(지능형 반도체), 고용량 AI 모델을 위한 CXL D램 메모리 기술 등을 잇달아 내놓았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D램 제품 HBM3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한다. HBM3는 엔비디아의 H100 GPU에 탑재돼 첨단기술 분야에 쓰인다.
챗GPT가 주목받으면서 AI 반도체 역시 최근 수요 침체로 얼어붙은 반도체 시장을 되살릴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AI 반도체 시장이 2020년 220억 달러에서 올해 553억 달러, 2026년에는 861억 달러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전방위적인 수요 부진으로 인한 메모리 불황의 골이 상당히 깊다. 또 아직 AI 수요가 전체 반도체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챗GPT 열풍이 당장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체들이 기존에 계획한 투자 축소와 감산을 시행하지 않으면 기대하는 AI 수요 증가가 실제 발생하더라도 현재 과도한 수준의 재고를 하반기까지 청산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챗GPT 열풍과 인텔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로 서버 교체 수요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경기 둔화로 인해 올해 안에 그 기대감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 침체와 과잉 재고로 인해 D램 산업의 상처가 역대급으로 큰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업황 회복 강도가 시장 예상 대비 낮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