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줏값' 두 손 든 하이트진로…주가 '흔들'

유오성 기자

입력 2023-02-27 19:08   수정 2023-02-27 19:08


    [앵커]
    대표적인 서민술인 소주 가격이 또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섰죠.

    결국 주류회사들이 "출고가 인상 계획이 없다"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오늘 소주 업체들 주가는 줄줄이 내리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시장 질서를 교란해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효과’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 내용 유통산업부 유오성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유 기자,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에 소주 회사들이 두 손을 들었죠?


    [기자]
    최근 난방비 폭탄과 함께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여론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요.

    이런 가운데 음식점 소줏값마저 6천원 시대가 된다는 우려에 정부가 주류업계에 인상 자제 요청을 한 바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서 실태조사에 나서고, 국세청까지 비공개 간담회를 하면서 압박하자 결국 소주업체들이 백기를 들었습니다.

    오늘 업계를 좀 취재해 봤더니 1등 소주회사인 하이트진로는 애초 소줏값 인상 논의가 없었다고 한발 물러섰고요.
    롯데칠성음료는 원가 부담이 심화된 상황이라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논의를 했으나 당장 인상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보통 소주 출고가가 오르면 50원에서 많게는 100원 정도 오르는데, 압박이 심해지니 인상 철회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출고가로 따지면 십 원 단위로 올리는 건데 소주값 논란, 왜 이렇게 이슈가 커진겁니까?

    [기자]
    실제 소주 회사가 소주를 팔고 받는 돈인 출고가는 적게는 50원, 많게는 100원이 오르지만 실제 소비자 가격은 천 원 단위로 오르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지 이해를 돕기 위해 소주 제조 원가 구조를 가지고 왔는데요.

    보시면 소주 제조 가격은 550~600원 정도입니다. 소주병과 박스, 포장을 포함한 가격이고요.

    여기에 72%의 주세와 21.6%의 교육세가 붙어 출고가격이 되고, 출고가격의 10%에 부가가치세가 더해져 유통됩니다. 이렇게 세금까지 붙은 소주 가격은 1100원~1200원 사이입니다.

    소주 같은 주류는 주류 유통면허가 없는 제조사가 음식점 등 소매점에 바로 공급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주류 도매사를 통해야 하는데, 주류 도매사는 차량운송비, 인건비, 운영비 명목으로 통상 23~25% 마진을 붙입니다.

    이렇게 주류 도매사가 음식점에 공급하는 소주 가격은 1,400원 중반에서 1,500원 후반이 됩니다.

    [앵커]
    그런데 이상하네요. 실제 우리가 식당에서 사 먹는 소주 값은 5천 원 정도 잖아요? 이건 왜 그런겁니까?

    [기자]
    왜 그러냐면 이렇게 들여온 소주를 얼마에 팔지는 음식점 사장님들이 결정합니다. 실제 오피스가 몰린 강남 등 일부 지역 소주 값은 6천 원을 넘어 9천 원을 받는 곳도 있습니다. 소주 가격 결정은 사장님 마음이라는 거죠.

    그리고 출고가는 십 원 단위로 찔끔 오르는데 비해 소비자 가격은 1천 원 씩 뛰잖아요. 이건 출고가가 오르면 점주들은 이걸 고리로 소비자 가격을 올려서 그런 건데요.

    임대료, 인건비, 식재료 가격이 오르고 있고, 또 최근에는 난방비 부담까지 커졌잖아요. 이걸 음식 값에 바로 반영하기 어렵다보니 대신 술 값을 올리는 거고, 이를 통해 원가 부담분을 상쇄하는 구조인겁니다. 출고가가 오르는 틈을 타서 술 값을 한 번에 올리니까 통상 1천 원씩 올리는 겁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소비자 입장과 자영업자 입장이 갈렸습니다. 현장 목소리 들어보시죠.

    [김은수 / 서울 송파구 : 실제 가격은 100원, 200원 차이가 나는데 한 병에 1000원 씩 인상하면 안되죠...이러면 음식점에서 덜 먹겠죠. 한 잔 하고 싶어도 집에서 먹겠죠.]

    [자영업자 : 납품가가 100원 올랐다고 소주 가격을 1천원씩 올리는 게 아니라 가스비도 그렇고 계란 등 식자재 값이 올랐는데 그렇다고 당장 식당에서 파는 메뉴 가격을 인상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러니 주류에서 1천 원을 올려서 어느 정도 충당을 하려는 거죠.]

    [앵커]
    정부도 가격 인상을 압박하고 있고, 또 소주 회사들도 소줏값 인상에 대해 조심스러운 분위기인데, 그러면 소주 가격 인상은 당분간 없다고 봐도 되는 겁니까?

    [기자]
    소주 회사들이 소줏값을 올리려 했던 배경을 좀 따져볼 필요가 있는데요.

    일단 소주 주 원료인 주정 가격이 올랐습니다. 주정 독점 공급사인 대한주정판매는 지난해 2월 10년 만에 주정 가격을 7.8%로 올렸고요.

    주정 원료 타피오카 전분 가격이 이달 평균 1톤당 525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7% 올라서 올해도 인상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병뚜껑과 소주병 가격도 오를 전망입니다. 소주병 제조사들은 최근 소주 업체에 소주병 가격을 병 당 20% 넘게 올릴 것이라고 통보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오른 원가만 고려해도 50원이 훌쩍 넘어서 출고가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부 압박에 못하고 있잖아요. 때문에 언제든 인상을 하겠다고 나서도 이상한 상황은 아닌겁니다.
    [앵커]
    그런데 소주의 주 원료인 주정은 소주 도수를 결정하잖아요. 최근 소주 도수가 내려가는 추세니까 주정도 덜 쓸 거고, 그러면 가격을 오히려 낮출 여지가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실제로 찾아보니까 1970년대 주류 회사들이 그랬던 적이 있더라고요. 정부가 소주 가격 인상을 억제하니까 30도 였던 소주를 25도로 내렸거든요.

    소주 주정 비율은 보통 10~12% 정도인데, 알코올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값은 0.6원 가량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도수를 낮춰서 비용을 절감한다는 아이디어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는 이야기이죠.

    그런데 이 소주 도수가 이 때부터 계속 내려서 일부 소주의 경우 14.9도까지 떨어졌거든요.

    여기서 더 내리면 더 이상 이걸 소주라 부를 수 없을 뿐더러 주정 함량이 줄어서 주정 가격이 올라버렸으니, 주정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당분간 소주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을 뿐 인데, 소주 회사들 주가 낙폭이 컸네요.

    [기자]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무학, 보해같은 소주 회사들 비롯해 창해에탄올 같은 주정 회사들도 오늘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가격 인상 요인은 생겼는데 가격을 올리지 못하니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증권업계 관계자 : 소주 가격 측면에서 보면 구조적으로 롯데칠성과 하이트진로가 제로 소주로 경쟁을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러다보니 소주 가격을 누가 먼저 쉽게 올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더군다나 정부가 소주 가격 인상을 통제하겠다는 내용이 있어서 가격 인상이 되지 않는다면 주가가 갈 수 있는 모멘텀이 없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섣부른 개입이 시장을 교란해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이명박 정부때 생활 밀접 품목을 지정해 관리했는데, 오히려 지정 품목들의 가격상승률이 다른 품목을 앞지르기도 했습니다.

    [김대종 /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 오히려 가격 왜곡 현상이 일어납니다. 소주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하면 국민들은 맥주라든지 다른 대체재를 찾아야 해서 역효과가 납니다. 소주는 대체재가 다양한 재화인데 한 품목에 대해 정부가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오히려 주세를 낮춰서 가격을 낮추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앵커]
    네 유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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