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소주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끝을 모르고 내려가고 있다. 업계 불문율로 여겨지던 '16도'의 벽을 깨고 더 낮은 도수의 제품까지 출시됐다.
여기에 더해 상상 이상으로 높은 소주의 열량을 낮춰 만든 '저당 소주'까지 속속 출시되면서 젊은 소비층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롯데칠성음료와 하이트진로가 '제로슈거' 신제품을 내놓은 것에 이어 충청권 주류업체 맥키스컴퍼니에서 국내 최저 도수인 14.9도 소주 '선양'(鮮洋)'을 출시했다. 맥키스컴퍼니는 선양이 14.9도로 국내 소주업계 '최저 도수'의 제품이라는 점과 '제로 슈거' 제품으로 '최저 칼로리'(360㎖ 기준 298㎉)인 점을 강조하고 있다.
2일 대전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린 '선양' 팝업스토어를 찾은 유슬민(33)씨는 "도수가 낮을수록 덜 부담돼 기존 소주보다 도수가 낮은 소주를 찾아 마시게 된다"고 말했다.
여자친구를 위해 제품을 구매했다는 김도겸(30)씨도 "여자친구가 저도수 소주를 좋아해서 사러 왔다"면서 "과당을 사용하지 않아 칼로리도 낮아서 살이 덜 찐다고 해 요즘 나오는 저도수·저칼로리 소주를 즐겨 마신다"고 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20도를 넘던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부드러운 맛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또한 즐겁게 건강을 챙기자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의 확산도 '제로 슈거'와 같은 저당 소주를 찾는 소비자 확대와 맞물려 주류업계의 저칼로리 경쟁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9월 롯데칠성음료는 16년 만의 신제품으로 과당을 사용하지 않는 제로슈거 제품이자 16도로 저도수 소주인 '새로'를 출시한 바 있다.
한 병(360㎖) 기준 324㎉인 새로는 출시 3개월 만에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2천700만병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뒤를 이어 하이트진로도 제로 슈거로 리뉴얼된, 320㎉(360㎖ 기준)의 '진로이즈백'을 출시했다.
소주 업계에서는 도수 16도가 소주 맛을 살리면서도 최대한 도수를 낮출 수 있는 한계치로 보는 암묵적인 기준이 존재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 도수가 16도 이하로 내려가면 물비린내가 나서 못 먹는다는 생각이 업계에서는 일반적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회식이나 모임 등이 줄면서 '혼술'(혼자서 즐기는 술)과 '홈술'(집에서 즐기는 술)이 늘고 그만큼 커진 저도수 소주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소주 업계에 존재하던 '마의 16도'도 무너뜨리게 했다.
전문가들은 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달라진 접근 방식이 이런 현상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앞으로 주류 업계의 다양한 방식의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술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매개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최근 들어 소비자들이 술 자체에 몰입해 술의 맛이나 디자인, 스토리, 제조 기법 등 다양성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술에 대해 커진 관심과 몰입도에 따라 앞으로 천편일률적인 선택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업계의 이런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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