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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통장·현대통장 나옵니까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 기자

입력 2023-03-03 16:46  

은행권 경영제도개선 TF 첫 회의
은행권 신규 플레이어 진입 촉진
카드·증권·보험사에 지급결제 허용


"은행권의 실질적인 유효경쟁을 촉진하겠다"

최근 금융권의 화두는 '은행권 경쟁 촉진'입니다. 정부가 은행의 '이자 장사'와 과도한 성과급을 꼬집으며 "과점체제를 깨겠다"고 선포한 데 따른 과제입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핵심과제로 꼽힌 것이 바로 비은행권의 은행업무 겸영 허용입니다. 쉽게 말해, 은행이 아닌 금융사에게 은행업무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겁니다.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은행권, 앞으로 어떤 변화들이 나타날까요?

◆ 주택담보대출 전문은행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첫 번째 과제로 제시한 것은 '신규 플레이어 진입'입니다. 스몰라이센스나 소규모 특화은행을 도입해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를 진입시키겠다는 겁니다. 특히 은행이 수행 중인 업무범위를 세분화해 특화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이 TF 첫 회의에서 거론됐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이 취급 중인 주택담보대출과 중소기업대출, 소상공인대출, 벤처기업대출 등을 세분화해 각각의 전문은행 설립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입니다. 설립 자본 요건도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으로 완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렇게되면 주택담보대출만 취급하는 주담대 전문은행이 등장할 수도 있겠죠.

이 같은 정책은 해외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스몰라이센스 도입이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예금이나 대출, 수표지급 중 일부 업무만 수행하는 특수목적은행 인가제를 시행 중입니다. 영국도 소매금융과 IT기술을 접목해 디지털화한 챌린저뱅크를 시범운영 중에 있습니다.

여기에 기존 지방은행이나 저축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지방은행이 자본금이나 지배구조 등 시중은행 인가요건을 충족하면 시중은행으로 전환, 제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저축은행도 지방은행의 인가요건을 충족하면 지방은행으로 전환해주는 방식입니다. 결론적으로 은행 수를 늘려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구상입니다.

◆ 삼성통장 등장?…종합지금결제업 허용

또 하나 예상되는 큰 변화는 '삼성통장'의 출시가 가능해졌다는 것. 당국은 은행과 비은행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카드사에도 종합지급결제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종합지급결제업은 고객에게 지급계좌를 발급해 고객 돈을 직접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게 핵심입니다.

그 동안 카드사들이 카드대금을 받기 위해선 시중은행의 계좌를 빌려야만 했는데, 앞으로는 은행 계좌 없이도 독자적인 계좌개설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입니다. 쉽게 말해 삼성카드가 발급하는 삼성통장, 현대카드가 발급하는 현대통장이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당국은 법 개정을 통해 간편결제나 송금 외에도 은행 수준의 지급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제도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이 경우 은행계좌가 없는 금융소외자도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통해 편리한 디지털금융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예금과 지급결제 부분에서 은행의 유효경쟁이 촉진되는 만큼 은행산업 과점 이슈를 완화할 것으로 당국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증권사와 보험사에도 지급결제업무 겸염이 허용됩니다. 예를 들어 보험사가 보험료 수납과 보험금 지급 등 각종 결제업무를 할 때 수시입출식 계좌를 발급해 운영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다만 고객이 맡긴 돈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지급과 보관을 분리하는 방식이 추진 중입니다. 보험고객이 맡긴 지급결제계좌의 자산은 특별계정으로 대행은행이나 제3의 기관에 위탁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 경쟁 촉진 우선이지만…소비자 보호는?

이 같은 내용의 큰 틀은 은행업무의 벽을 허물어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문제점들도 있기 마련이죠. 금융당국은 비은행의 은행업 진출 허용을 추진하면서도, 건전성과 소비자보호 문제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특히 비은행사들이 계좌를 발급하면 은행예금과 달리 예금보험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만큼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되죠.

비은행권은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취약해 금융시장 상황에 민감한 자금조달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도 한계로 꼽힙니다. 예를 들어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발생하는 결제리스크가 지급결제업무를 겸영하는 증권사까지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입니다. 보험사의 경우에도 지급결제업의 겸영이 허용될 경우 위험수준 등 전반적인 감독이 어려워지는 데다 지급결제 참여비용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제기됐습니다.

TF 회의를 주재하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비은행권의 업무범위 확대는 건전성이나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많은 고려사항이 제기된 만큼 업무범위를 확대하더라도 충분한 건전성과 유동성, 그리고 소비자 보호체계가 잘 갖춰진 금융회사에 한해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은행권 벽을 허물어가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동일업무·동일규제' 원칙 하에 안정적인 관리장치를 마련해 나갈 수 있을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슬기로운 TIP

이번 안이 본격 추진되면, 앞으로 소비자들은 보험사나 카드사, 증권사를 통해 계좌를 만들고 직접 이체까지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다만 이번 추진안에서 제외된 사안도 있습니다. 당초 논의 대상엔 비은행권 업무 확장의 일환으로 '가상자산의 실명확인 계좌 발급기관 확대'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금융소비자들의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도 역시 상당하죠. 은행외에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실명확인계좌 발급 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입니다. 기존에는 일부 은행만 가상자산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를 증권사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논의대상에 올랐습니다.

금융회사간 경쟁에 따른 거래 수수료율 인하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쟁력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당국은 기대했지만 건전성 문제, 전통적인 수신기능을 활용해 고객예치금 보호의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을 지의 소비자 보호 문제 등이 여전히 걸림돌로 꼽혔습니다. 특히 자금세탁 가능성 확대 등의 금융안정 측면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해당 사안은 일단 논의가 멈췄습니다. 가상자산과 관련한 정책변화는 아직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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