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의 경제 전쟁 최전선에서 서방 교육을 받은 미국 금융가 출신 기술 관료 진용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가 전쟁 이후 서방 제재에 무너지지 않은 데에는 젊은 공직자들의 역할이 컸다.
대표적인 인사가 파벨 소로킨(37)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이다. 소로킨은 영국 런던에서 금융을 공부하고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근무한 인물이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총애를 받으며 러시아 경제전략 수립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러시아가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서방은 외국의 주권침해, 국제법 위반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광범위한 금융, 통상 제재를 가했다. 러시아 경제를 파괴해 푸틴 정권에 타격을 주고 전쟁자금 조달을 막아 종전을 앞당기려고 한 조치였다.
이때 '구국'의 임무를 떠안은 소로킨은 이에 맞서 러시아의 주력산업인 에너지 부문을 보호하고 경제성장세 약화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작년에 흑해 송유관 파손의 영향을 부풀려 서방에 겁을 주는 방식으로 국제유가를 떠받쳤다. 지난달에는 러시아가 수출하는 주요 원유의 가격을 시장과 관계없이 고정하는 데 핵심적으로 관여하기도 했다. 소로킨은 서방의 통상제재로 수출이 어려워지자 콩고, 바레인, 아프가니스탄 등으로 에너지 판로를 확대하기도 했다.
러시아 경제는 작년에 -12% 이상 침체할 것이라는 자체 예상까지 뒤집고 -2.1%로 선방했다.
전문가들은 소로킨을 비롯한 젊은 관료들이 러시아 경제가 제재로 심한 압박을 받더라도 불구가 되지는 않을 정도로 지켜냈다고 관측한다.
원자재 시장분석업체 크플러의 원유 부문 수석 애널리스트인 빅토르 카토나는 "수로킨이 푸틴의 비밀병기였다"고 말했다. 카토나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 다수가 서방 교육을 받은 정책입안자들의 전문성을 저평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알렉세이 사자노프(39) 재무부 차관, 데니스 데류시킨(29) 에너지부 수석 연구원, 막심 오레시킨(38) 대통령 경제고문 등도 소로킨 못지 않은 전문성을 지닌 젊은 관료로 평가된다.
사자노프는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뒤 현재 러시아 정부의 재정적자 증가를 억제할 방안을 모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데류시킨은 미국 대형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국제유가를 가장 높이 유지할 목적으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고문 회의에서 러시아를 대표하고 있다.
올레시킨은 프랑스 대형은행 크레디아그리콜에서 근무한 뒤 외국 기업들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달러나 유로가 아닌 루블로 사들여 제재를 피하도록 하는 전략을 성공시키는 데 기여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