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근로 관리 단위 '주 → 월, 분기, 반기, 연'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확대…'선택근로제 확산'
정부가 연장 근로 관리 단위 선택 제도 등을 통해 '1주 단위' 연장 근로 칸막이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고용노동부는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지난해 12월 미래노동시장 연구회가 5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권고한 근로 시간 개혁 과제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70년간 유지된 1주 단위의 획일적, 경직적 제도로 선택의 기회가 제약됐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확진으로 근로자 1명이 긴급 대체 근무를 했음에도 1주일 간 52시간을 초과했다고 적발된 사례를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정부는 건강권 보호 역시 세계 기준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재 영국은 17주 평균 주 48시간에 노사 합의 시 이를 초과할 수 있고, 일본은 연장 월 45시간, 연 360시간에서 업무량 폭증 등에 따른 노사 합의 시 월 100시간, 연 720시간으로 수정이 가능하다.
▶ 연장 근로 관리 단위 '주 → 월, 분기, 반기, 연'
이런 이유로 고용부는 근로 시간 관련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 관련 개편을 결정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근로자 건강권 보호강화, 휴가 활성화를 통한 휴식권 보장, 유연한 근무방식 확산이라는 네 가지 큰 틀에서 근로시간 제도를 개편한다"며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일단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대하기로 했다. 관리 단위는 노사 합의로 선택 가능하다. 정부는 또 장기간 연속근로 방지,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단위 기간에 비례해 연장근로 총량을 감축하기로 했다. 연장근로 총량 관리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로 도입하고 연장근로는 당사자간 합의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다양한 근로자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근로자 대표를 제도화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1일, 1주 단위 법정 근로시간, 연장근로 할증률, 형사처벌 등 직간접적인 장치를 통해 장시간 근로를 방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또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 또는 1주 64시간 상한 준수,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 준수와 관리 단위에 비례한 연장 근로 총량 감축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고용부는 이달 내 근로시간 및 관리 강화, 포괄 임금 및 고정수당 오남용 근절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무한정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소위 포괄임금 오남용을 발본색원(拔本塞源) 할 것"이라며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은 기업이 근로시간을 비용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가 필요한 야간작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건강보호 가이드라인을 연내 보급하고 실태파악을 위한 조사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설명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확대…'선택근로제 확산'
이외에 고용부는 현행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로 확대, 개편하고 저축한 연장근로를 임금 또는 휴가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이를 통해 연차 휴가와 결합을 통한 안식 월, 한 달 살기 등 장기 휴가 또는 자녀 등하원, 병원 진료 시 시간 단위 휴가 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장관은 "유연한 근무방식을 확산하겠다"며 "선택근로제는 근로자가 근로일과 근로시간을 결정해 근로자의 시간 주권 강화에 가장 적합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전 업종 1개월, 연구개발 3개월에서 각각 3개월, 6개월로 확대한다"며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본인에 대한 선택근로 적용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 중 입법 사항은 내달 17일까지 40일 간 입법 예고를 진행하고 6~7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기타 과제는 연내 연구 용역, 대책 마련 등을 추진한다.
이 장관은 "경제규모 10위권인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시간 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인 진일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번 개편안이 현장에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점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근로자의 권리의식, 사용자의 준법의식, 정부의 감독행정 세 가지가 함께 맞물려 속도감 있게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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