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결정으로 SM엔터테인먼트의 신주와 전환사채 인수가 무산되면서 카카오가 선택할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좁혀진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먼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시장에서 공개 매수해 지분을 확보하는 안이 거론된다.
일단 매수를 위한 실탄은 장전된 상태다. 카카오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1천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 중 약 9천억원 규모의 자금이 1차로 지난달 24일 들어왔다. 나머지는 7월에 납입된다.
다만 카카오가 이미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로 올라선 하이브보다 지분을 높여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하이브 지분은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였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인수 등을 통해 현재 약 20%에 달하는 데다 추가 매수 가능성도 있어 카카오는 지분을 약 30% 정도 확보해야 안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날 오전 현재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약 12만8천700원에 형성돼 있어 카카오가 공개 매수에 나설 경우 매수가는 주당 13만∼15만 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카카오가 공개 매수를 통해 지분 인수에 나선다면 막대한 금액을 투입해야 해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 등과 투자금의 용처에 대해 협의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우호 주주로부터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을 통해 한 번에 대규모 지분을 확실히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가 매수에 나선다고 해도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어느 정도까지 확보할지도 고심하는 지점이다.
약 30% 정도 확보해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거나, 아니면 당초 밝혔다시피 지분을 약 9∼10%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서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사업 협력을 할 수도 있다.
이밖에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본안 소송을 제기하거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포기하는 방안도 카카오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로 거론된다.
본안 소송의 경우 최종 판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는 시시각각으로 트렌드가 변하는 산업이어서 카카오가 크게 염두에 두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손을 뗄 수도 있겠으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카카오가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삼고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은 선택지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김성수 각자 대표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 존속 등을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히며 SM엔터테인먼트 지분 투자에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카카오는 이 같은 여러 대응 방안을 두고 현재 장고 중이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 이후 카카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공정위는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의 주식 취득에 따라 기업 결합 심사를 진행할 예정으로, 여기에서 'K팝 공룡'인 양사의 결합이 불허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카카오 관계자는 "테이블 위에 여러 안을 두고 검토 중"이라며 "결론이 언제 나올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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