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선두주자 구글, 챗봇 출시에서 밀린 까닭은...

입력 2023-03-08 17:27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한 오픈AI의 '챗GPT'가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챗봇 열풍을 일으키면서 그보다 한 발 늦게 챗봇 서비스를 선보인 구글은 실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사실 구글이 챗봇을 수년 전 먼저 개발하고도 안전성 등을 고려하며 출시를 늦추다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AI 주도권을 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이 AI 개발의 선두주자로서 AI의 공정성·안전성 등 논란에 가장 먼저 휩싸이면서 AI 출시에 신중하게 접근하다가 때를 놓쳤다고 진단했다.

구글의 AI 챗봇 개발 시도는 구글 공동창업자이자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래리 페이지가 과학자 레이 커즈와일을 고용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커즈와일은 '기술적 특이점'이라는 개념으로 언젠가 기계가 인간 지능을 능가할 것이라는 생각을 대중화하는 데 기여한 컴퓨터 과학자다.

당시 커즈와일은 자신이 쓰던 소설에서 가져온 이름을 붙인 '대니얼' 등 여러 챗봇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구글은 영국의 AI 기업 딥마인드를 인수했고, 2016년 딥마인드의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 등을 계기로 AI 분야에서 구글의 위상은 높아졌다.

이에 대응해 일론 머스크 등 정보기술(IT) 사업가·투자자들은 2015년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를 설립했다.

이어 구글은 2018년 AI를 사용해 영상 이미지를 분석하고 무인 항공기의 타격 목표를 향상하는 '프로젝트 메이븐' 계약을 미 국방부와 맺었다가 논란 끝에 직원들의 반대로 해지했다.

학계와 기술 전문가들은 AI가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대규모 감시에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고 구글 같은 기업들에 특정 용도로 AI를 활용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이에 따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AI가 사람에게 설명할 책임을 가져야 하고 안전성을 위해 개발돼야 한다는 등의 AI 가이드 7개 항목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즈음 유튜브에서 일하던 대니얼 드프레이타스와 노엄 샤지어 등 두 명의 구글 연구원은 사람과 비슷한 대화를 할 수 있는 AI 챗봇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미나'라고 이름 붙인 이 프로젝트를 외부에 공개하고 싶어 했지만, 구글은 자사의 안전성·공정성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팀은 이후에도 챗봇 개발을 계속해 '람다'(LaMDA)로 프로젝트 이름을 바꾸고 더 많은 데이터와 연산력을 투입했다. 람다에 지각 능력이 있다고 주장해 해고된 전 구글 엔지니어 블레이크 르모인에 따르면 2022년 구글은 연례 콘퍼런스 행사에서 람다를 공개할 것을 고려했으나, 르모인의 주장이 내부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람다를 대중에 공개하는 것을 회사가 꺼리자 피차이 CEO의 만류에도 결국 드프레이타스와 샤지어는 2021년 하반기 구글을 떠났고 새 스타트업인 '캐릭터 테크놀로지스'를 설립했다.

이런 가운데 오픈AI에 투자한 MS가 지난달 챗GPT의 기술을 탑재한 검색 서비스 '빙'의 새 버전을 발표하자 위기감을 느낀 구글은 자체 AI 챗봇 기능을 탑재한 검색 서비스 '바드'를 선보였다.

그러나 시연회에서 바드가 질문에 정답을 제시하지 못하자 "성급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구글은 기대가 많아서 완벽하지 않더라도 바드를 공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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