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고금리 속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올해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부동산 경기 부진이 심화할 경우 금융시스템에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조기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9일 내놓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3월)에 실린 '최근 부동산 부문 관련 리스크 평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2020년 이후 소득 등 경제 여건과 괴리된 상태로 주택가격이 큰 폭 상승, 조정압력이 크게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중반 이후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조정 국면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소득이나 사용 가치 등과 괴리돼 있다는 것이 한은의 시각이다.
보고서는 "높아진 금리 수준과 주택가격 하락 기대, 주택경기 순환 주기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주택가격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특히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높은 지속성을 고려할 때 향후 하락 기대 심리가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주택가격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매매 및 전세가격의 동반 하락이 주택경기 둔화 및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심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호황기에 누적된 갭투자 주택 물량은 임대인들이 매도에 나설 경우 주택가격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으며, 매매 가격이 기존 임대차 계약의 임대보증금보다 낮아질 경우 임차인들의 리스크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주택 갭투자 건수는 지난 2020년 12월 수도권이 2만2천420건, 지방이 4천790건에 달했지만, 지난해 9월에는 각각 1천670건과 600건으로 급감했다.
한은은 그동안 크게 확대된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향후 경기 부진 심화 시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분양시장의 경우 사업 초기 사업장은 고금리 부담, 공사원가 상승, 금융기관 PF 대출 취급 기피 등으로 일부 지연 및 중단이 불가피하며, 완공 전 사업장도 미분양 재고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중소 건설업체의 고정이하여신 비율, 상장 종합건설사 주가에 내재된 예상 부도 확률이 상승해 건설업체 재무위험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금융권별로 평가한 결과 은행의 경우 부동산 금융 리스크가 제한적이지만,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면 대출 연체율 상승, 디레버리징 압력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은행 금융기관은 부동산 PF 관련 고위험 익스포저와 아파트 외 사업자 대출 비중이 높아 향후 고위험 PF 사업장의 부실이 현실화할 경우 신용 리스크 확산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업권별 PF 익스포저는 은행 30조8천억원, 여신전문사 27조2천억원, 보험사 44조6천억원, 증권사 27조4천억원, 저축은행 10조6천억원 등이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고위험 사업장 대출 비중은 은행이 7.9%, 여전사 11%, 보험 17.4%, 증권사 24.2%, 저축은행 29.4% 등으로 집계됐다.
고위험사업장은 브릿지론의 경우 위험 지역 소재 사업장을, 본 PF 대출의 경우 공정률 60% 이상이나 분양률 50% 이하인 사업장을 뜻한다.
보고서는 "따라서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가 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 경계감 확산과 금융불안을 미연에 방지하지 위해 한계 부문을 조기 식별해 정리를 유도하고, 거래상대방 위험을 낮추는 것이 긴요하다"면서 "부동산 PF 금융은 구조조정이 지연될수록 관련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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