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약품과 HLB제약 등 중견 제약사 26곳이 의약품 유통 독립을 선언해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도매상들의 갑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약품 물류회사을 공동으로 세운 겁니다. 관련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입니다.
IT바이오부 고영욱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고 기자, 오늘 제약사들이 연합한 물류센터 준공식이 열렸죠?
<기자>
제약사들의 공동 물류회사인 피코이노베이션은 오늘 평택시 드림산업단지에 있는 물류센터의 준공식을 개최했습니다.
피코이노베이션 대표를 맡고 있는 조용준 동구바이오제약 회장을 비롯해 조현민 한진 사장과 주주기업 관계자들, 지역 정치인 등이 참석했습니다.
실제 운영은 올해 1월부터 시작했고요. 확보해놓은 전체 부지가 축구장 7개 정도 크기인데 이중에 3분의 1만 일단 활용해 첫 번째 의약품 물류센터를 연 겁니다.
나머지는 다시 둘로 쪼개 두 번째 의약품 물류센터와 의료기기 물류센터로 각각 활용될 예정입니다.
<앵커>
한진에서도 참여했군요. 공동 물류기업이라고 하면 참여 기업이 어디어디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의약품 유통이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이 분야에서 뛰고 있는 기업들이 많지 않습니다. 많이 알려진 기업으로는 동아쏘시오그룹의 용마로지스 정도가 있죠. 여기에 한진그룹도 뛰어든 겁니다.
피코이노베이션 설립에 참여한 제약사는 현재까지 총 26곳인데 동구바이오제약, 안국약품, HLB제약 등입니다. 모두 한국제약협동조합 회원사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평택 피코이노베이션 물류센터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한국제약협동조합이 만든 화성 향남 제약산업단지가 있습니다. 평택항과도 가깝고요.
제약사가 아닌 곳은 먼저 말씀드린 한진, 바디프렌드 등 7곳이 참여했습니다.
<앵커>
중견제약사들이 공동 물류기업을 세운 이유가 뭔가요.
<기자>
1차적으로 개별 제약사들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의약품 보관 창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적입니다.
창고가 더 필요하긴 한데 그러려면 부지도 매입해야하고 시설도 갖춰야하고 돈이 많이 들어가거든요. 개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니 '힘을 합쳐보자'가 된 겁니다.
이렇게 통합 물류체계를 갖추고 자동화 설비까지 들여 놓으면 물류 효율이 높아지게 되는데요. 피코 측은 기존보다 물류비용이 3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도매상을 거쳐 의약품을 유통해왔는데 이번에 피코몰이라는 의약품 온라인몰을 만들면서 병원이나 약국과 직접 거래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유통마진으로 나가는 돈을 줄이게 된 겁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의약품 도매업계에서도 반발할 수밖에 없겠는데요.
<기자>
말씀대로 즉각 반발이 나왔습니다. 지오영이라는 국내 의약품 도매업계 1위 기업이 있습니다. 매출 규모가 무려 2조원이 넘는 기업입니다.
이 지오영을 중심으로 도매업체들이 모여 있는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있는데, 최근에 피코이노베이션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펼치고 있습니다.
회원사들의 피코몰 입점 자제를 당부하고, 피코몰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파악한다는 겁니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 회원사가 피코몰에 입점했다가 나오는 내분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피코 측은 자신들은 물류 수수료만 받는다며, 직접 상품을 사들였다가 파는 도매와는 사업구조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갑자기 제약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정도로 기존 도매 유통망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겁니까.
<기자>
갑자기는 아니고요. 제약사들과 도매업계의 힘겨루기 역사는 사실 20년도 넘습니다.
일단 도매기업이 있어서 좋은 점은 개별 제약사가 영업사원 확보나 배송체계 구축 등에 따른 고정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수요자인 병원이나 약국 입장에서도 도매상과 관계를 유지하면 수 백 곳의 제약사와 일일이 연락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어서 편하죠.
이런 시장 구조위에 충분한 역량과 유통망을 갖춘 도매기업들이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입김이 막강해지면서 소위 배짱 영업을 한 겁니다.
너희 제약사가 우리 아니면 전국 병원 약국에 다 납품할 수 있겠어? 우리가 그 값에 못하겠다하면 수수료 올려주겠지 이런 식으로죠.
심지어 도매업자가 마약성 의약품을 유흥가로 빼돌리는 사건도 있었고요. 이렇게 의약품 유통질서가 흐려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선을 지키면서 서로 잘하는 것만 잘 했으면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다란 건가요.
<기자>
시간문제였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한미약품이나 대웅제약 같은 대형제약사들은 이미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갖췄습니다. 여기서 다른 제약사 상품도 팔고요.
한 마디로 약 만들기 바빴던 제약사들이 유통을 직접 해도 되는 정도의 여력이 생긴 겁니다. 그만큼 수익성도 높아지는 구조죠.
이번 피코몰 같은 경우에는 중소 중견제약사 각각 플랫폼을 갖추긴 힘드니 힘을 합친 경우입니다.
또 약국가에서 요즘 젊은 약사들이 일일이 담당자와 계약서 쓰고 하는 것보다는 인터넷쇼핑처럼 온라인 시스템에서 주문하는 걸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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