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용노동부가 현재의 주52시간제를 유연화하는 근로시간 개편방안을 발표했는데요.
연장근로 관리 단위가 확대돼 '주69시간까지 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얘기에 '혹시 일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진 않을까' 의구심을 품는 직장인들이 많아졌습니다.
정부는 근로시간의 총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현장에선 주7일 일하는 '장시간 근로'로 내몰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앞으론 이렇듯 몰아서 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중요해진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휴식권 보장'입니다.
정부도 집중 근무로 근로시간 저축해 한달휴가제, 주4일제 근무, 시차출퇴근제 등을 내세워 근로자의 건강과 휴식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는데요.
민간 기업에서도 코로나 펜데믹 이후 근무방식이 다양해지고 일과 생활의 균형이 중요시되면서 연차와 휴가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유연근무 정착은 비단 대기업에서만 가능하다는 건 이젠 옛말이고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사이에서도 크게 느는 추세입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선정한 '근무혁신 우수기업'의 사례를 통해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다양한 연차·휴가 보장제도와 유연근무제를 살펴보겠습니다.
● 2시간 일찍 퇴근해 '맛집투어'…시차출퇴근으로 월요병 '싹'
최근 MZ 세대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는 휴가 활용법이 있는데, 바로 '반반차'입니다.
반반차는 말 그대로 기존 4시간의 반차 휴가를 다시 반으로 나눠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2시간 단위로 휴가를 나눠 사용해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반반차 제도를 사용하면 2시간 늦은 출근이나 2시간 빠른 퇴근이 가능해집니다.
반차나 반반차는 근로기준법상 정해진 연차휴가는 아니기 때문에 현재는 회사 내규나 노사 간 협의 등에 따라 활용하는 제도입니다.
화장품 기업 마녀공장과 스마트폰 전문기업인 코맥스, 모바일 게임업체 씨씨알컨텐츠트리 등은 이 반반차 제도를 적극 활용해 자유롭게, 또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는 사내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마녀공장은 누구나 근무해야 하는 시간(예컨대 오전 10시~12시, 오후 2시~4시까지의 4시간 정도)인 코어타임 없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한 어떤 시간이든 선택해서 일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분기별로 연차 3개 이상을 쓸 경우 추가로 유급 리프레스 휴가 하루를 주고, '퇴근 후 연락 자제' 캠페인을 벌여 워라밸을 확보했습니다.
'반반차'로도 부족하다는 회사도 있습니다.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 기업 컬쳐히어로는 30분 단위로 연차를 쓸 수 있도록 해 연차 사용을 장려하고 있고, 여행플랫폼 업체 제주페이는 1시간 단위의 연차 사용이 가능합니다.
또 컬쳐히어로는 아예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 미리 정한 취업규칙에 시차출퇴근제 시행을 명시하기도 했는데요.
유연근무제의 일종인 시차출퇴근제는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을 준수하면서 출퇴근시간을 조정하는 제도인데요 이 회사는 출근시간을 9시, 9시 30분, 10시 이렇게 나눠 원하는 시간에 출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씨씨알컨텐츠트리도 이러한 시차출퇴근제를 모든 직원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출근하기 싫은 '월요일'엔 근무시간을 3.5시간 줄이고, 또 빨리 퇴근하고 싶은 '금요일'엔 3시간을 줄이는 대신, 평일에 7.5시간을 더 일하는 방식으로 월요병을 극복하고 꿀맛 같은 금요일을 만끽하고 있다고 합니다.
● 스스로 휴가 내고 승인하고…"샌드위치 데이 다 함께 쉬어요"
보통 휴가를 쓸 때 직장 상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에 눈치가 보인 적이 많았을 텐데요.
재생의료 전문 바이오 스타트업 플코스킨은 스스로 연차신청서를 내고 승인까지 하는 '셀프휴가승인제'를 활용해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유연근무제는 이미 전체 직원의 90%가 활용하고 있고요.
인공지능(AI) 개발 및 IT 전문기업 카라아이엔씨도 '카라 궈장휴가데이'를 만들어 징검다리 휴가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데요, 이곳은 아예 휴가 사유조차 적어낼 필요 없는 연차도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금요일엔 1시간 조기 퇴근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제조업체인 폴레드는 기념일에 특별휴가(반차)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식료품 제조업체 인테이크는 월 매출을 달성할 경우 별도의 5일 연차를 주는 안식휴가 제도를 운영하는 등 이색적인 휴가제도를 활용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 실제 근로시간 줄어야 휴가 활성화…"포괄임금 오남용·상시 야간근로도 No"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직장인들은 회사 눈치를 보느라 주어진 연차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휴가 대신 금전으로 보상받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는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적립해 휴가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해 휴가를 활성화하겠다지만, 연차휴가도 제대로 못 쓰는 마당에 저축휴가를 어떻게 쓸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고요.
따라서 회사와 개인 각자의 상황에 맞는 유연근무제와 다양한 휴가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한 요건은 실질적인 근로시간 단축일 것입니다.
그 전제조건으로는 '공짜 야근', '야근 갑질'을 일으키는 포괄임금제의 오남용과 야간근로 상시화 등이 꼽힙니다.
정부는 현재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절하기 위한 기획감독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조만간 별도의 근절 대책도 발표할 예정입니다.
또한 업무상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야간 근로를 줄이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는 '야간작업 건강 보호 가이드라인'도 만들어 배포하기로 했습니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연차휴가 제도 개선도 이뤄질 전망인데요. 정부는 휴가를 보상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연차휴가를 활성화하는 내용의 2단계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 마련도 예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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