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도연이 사랑스러운 매력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지난 5일 인기리에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을 통해 2005년 ‘프라하의 연인’ 이후로 무게감 있는 작품에 주로 임해왔던 그가 18년 만에 변함없는 사랑스러움을 보여줬다.
“나는 활달하고 유쾌한 배우인데 ‘밀양’ 이후 영화제용 영화만 찍고 심각한 작품만 찍는 배우가 돼버렸어요. 칸 영화제로 얻은 영광도 크지만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해야 할 배우로서 상에 대한 부담감을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일타 스캔들’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다.
“‘일타 스캔들’로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갈증이 충분히 충족됐어요. 주변의 반응도 그렇고, 저 역시 제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화면에서 환하게 웃는 제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본 거 같아요.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 부담스러웠어요.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랜만에 밝은 대본을 받았거든요.”
극중 전도연이 연기한 남행선은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현재는 국가대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이다. 가족을 위해 국가대표의 자리를 내려놨던 남행선은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을 위해 본격적으로 입시 열혈맘으로의 변신을 꾀한다.
“행선의 매력은 밝고 긍정적인 거예요. 단순해 보이지만 행선이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선택한 삶을 충실하게, 또 멋지게 살아내는 인물이죠. 행선이라는 인물이 에너지가 넘치고 하이텐션이어서 처음에는 연기할 때 따라가기가 조금 버거웠어요. 대사의 빠른 호흡을 행선이의 말처럼 해낼 수 있을 지에 대해 스스로 의심도 많이 했고, 제일 많이 신경 쓰고 고민했어요.”
국가대표 커리어를 포기한 것도, 그리고 관심조차 없었던 입시 전쟁에 과감히 뛰어드는 것도 모두 가족을 위한 선택을 한 남행선에게 사랑은 곧 책임이다. 삶에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굳건하게 이겨내는 외강내강 스타일이다. 전도연은 이런 남행선을 보여주면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이 다시 한 번 발휘됐다는 평이다.
“초반에 작가님이 생각하신 행선은 더 억척스러운 아줌마 캐릭터였어요. 제 자체가 그렇지 못하다 보니 버겁고 힘들 거 같았어요. 잘 할 수 있을지 자신감도 없었고요. 그래서 처음엔 못한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작가님은 판타지적인 로맨스를 보다 현실적으로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어찌 보면 행선 캐릭터는 저로 인해 변질된 건데, 초반엔 작가님께서 그걸 보고 만족하셨을지 신경이 쓰였어요.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친근한 행선이라며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행선이처럼 말이 빠르지 않고, 행선이와 호흡부터 달랐어요. 대본을 계속 봤어요.”
첫 방송부터 행선(전도연)과 치열(정경호)의 로맨스는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달달한 설렘을 선사했다. 전도연과 정경호는 ‘일타 스캔들’을 통해 첫 연기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두 사람의 로맨스 호흡은 찬사를 불렀다.
“드라마 속 대사에도 있는 것처럼 행선이 처음 보고 느낀 최치열은 차가운 사람이에요. 근데 알면 알수록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 추운 사람이고, 따뜻하고, 정도 많고, 허당미도 있는 매력적인 인물이죠. 경호씨는 상냥함과 친절함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경호씨가 나와 같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여러 번 얘기하더라고요. 사실 그런 말이 좀 부담스러웠어요. 초반엔 거리를 뒀어요. 선배로서 예우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장에서도 부담스러워서 촬영 끝나면 바로 차로 들어갔어요. 도망치듯이 다녔어요. 어느 순간 경호씨가 나에 대해 진짜 진심이구나 싶더라고요. 조금씩 마음이 열렸어요.”
‘일타 스캔들’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회 시청률 4%로 출발해 입소문을 타며 매회 상승 곡선을 그리며 마지막회 16%로 막을 내렸다.
“시청률 20%를 돌파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복합장르라는 걸 알고 작품에 들어갔고, 저희도 ‘이렇게까지 반응이 안 좋나’ 걱정도 됐지만, 다음날 시청률은 항상 올라가 있었어요. 흥행 작품에 출연하고 싶고, 흥행에 대한 갈증도 있어요. 전 지금까지 제가 했던 모든 작품이 좋아요. 흥행이 안 됐다고 해서 그게 바뀌진 않아요. ‘일타 스캔들’이 잘됐고, 사랑받았지만, 전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해요.”
전도연은 실제로도 중학생 딸을 키우고 있다. 드라마가 사교육 전쟁을 다룬 만큼 학부모로서 공감한 점도 많았을 터.
“행선과 교육관이 비슷해요. 딸 성적이 많이 올랐는데, 자기 의지가 중요하죠. 공부든 무엇을 하든, 누군가 시키는 건 한계가 있어요. 잘 하지는 못해도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했어요. 아이가 커서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아이도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대학도 선택이라고 생각해 강요하지 않아요.”
데뷔 이후 줄곧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던 전도연은 다양한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은 배우다. 그는 오는 31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으로 청부살인업계 전설적인 킬러로 변신해 또 한 번 변신을 꾀한다.
“앞으로 공개될 ‘길복순’도 여자 킬러에 제작비도 적지 않은 작품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그래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더 이 악물고 했어요. 내 상태, 내 마음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찍었죠. 그런 부분들이 이제 돌아오는 거 같아요. 저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스스로에게 고마워요. 앞으로도 전 계속 이렇게 연기를 할 거예요. 그러면서도 대중적인 작품에 대한 고민은 계속할 거 같아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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