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이는 가운데, 국내 벤처·스타트업 업계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SVB가 벤처·스타트업에 특화된 은행이어서 당장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심리적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도 금융시장과 벤처투자가 연결된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13일 "SVB 파산에 따른 동향이나 진행 상황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국내 벤처업계에 커다란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혹시나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은 벤처투자보다는 금융 쪽이 문제가 되겠지만 금융이라는 것이 벤처투자와 서로 연결돼 있어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려는 것"이라며 "감독, 리스크(위험) 관리 차원에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SVB에 예금을 예치하거나 투자받으려면 미국 법인을 설립해야 하므로 직접 이용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복합위기로 10% 넘게 줄어든 상황에서 스타트업에 특화된 SVB가 파산한 것이어서 벤처투자 시장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벤처투자 금액은 6조7천640억원으로 전년보다 11.9% 줄었다. 특히 3분기와 4분기에는 38.6%, 43.9% 각각 감소했다.
SVB에 이어 미국 금융 중심지 뉴욕주에 있는 시그니처은행까지 폐쇄되며 충격은 더 커지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벤처·스타트업에 특화된 은행이 파산해버리면서 가뜩이나 투자 시장이 어려운데 심리적 위축이 올 것 같다"며 "국내 시장도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는 그간 SVB 모델을 참고해 기술금융에 특화된 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국내 벤처·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SVB 같은 은행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지방의 한 지자체도 자체적으로 SVB와 같은 은행을 만들어 보려고 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이번 SVB 사태가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이번 SVB 파산으로 바짝 긴장했다가 미국 정부가 SVB 예금을 전액 보증해 주기로 하면서 한시름을 놨다.
한국벤처투자가 투자한 글로벌 펀드 중에 SVB에 투자금을 예치한 펀드들이 있어 자칫 손실을 볼 뻔했기 때문이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해외 VC(벤처캐피털) 글로벌 자펀드 중 일부 펀드가 SVB를 수탁사로 활용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예금 전액을 구제해 주기로 결정돼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폐쇄된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고 공동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