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결혼을 금지하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규율이 향후 완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86)이 최근 모국 아르헨티나 언론에 사제의 독신 규정이 '일시적인 처방'이라고 말하며 독신주의를 재검토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고 더타임스,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즉위 10주년을 기념해 최근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교황은 지난 10일 아르헨티나 인터넷 매체 인포바에에 실린 인터뷰에서 "사제가 결혼하는 데 있어 모순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양 교회에서 독신주의는 일시적인 처방"이라고 밝혀 가톨릭계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사제 독신주의 규정이 깨질 가능성을 열어놨다.
교황은 "그것(독신주의)은 영속적인 사제 서품처럼 영원한 것이 아니다"라며 "(사제가 교회를) 떠나고 말고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그것(사제 서품 자체는)은 영원하다. 반면, 독신주의는 규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로마 가톨릭에서 사제가 혼인하지 않는 풍습은 약 4세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여겨지지만, 성직자의 독신주의가 교회법으로 규정된 것은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 때다.
교황청은 2019년 10월부터 한 달간 이어진 '아마존 시노드'를 계기로 사제 부족 문제가 심각한 아마존 지역에 한해 기혼 남성에게도 사제품을 허용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 약 1천년 간 이어진 사제 독신 전통에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일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2월 발표한 '친애하는 아마존'이라는 이름의 권고문에서 이 문제에 대한 아무런 권고나 의견을 담지 않아 사제 독신제 전통에 변화를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사제독신제를 '주님의 선물'이라며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도 이는 '교리'(doctrine)가 아닌 '전통'(tradition)이라며 지역 사정이나 필요에 따라 수정 가능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다.
반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 요한 바오로 2세를 포함한 가톨릭 보수 진영에서는 사제가 결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력히 고수했다.
한편, 텔레그래프는 현재 교황청은 예수의 모범을 따라 사제들에 독신을 강제하고 있으나, 세계 곳곳에서 불거진 아동을 상대로 한 성직자들의 성 학대 문제 해결을 위해 씨름을 하는 가운데, 사제 독신 규정을 폐지하라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텔래그래프에 따르면, 사제들의 결혼을 허용하는 가톨릭의 한 분파인 동방 정교회의 경우 로마 가톨릭교회에 비해 사제들이 저지른 성 학대 사례가 훨씬 적게 보고됐다.
독일 가톨릭 주교회의도 지난 11일 사제의 독신 의무를 폐지할 것을 교황에게 요청하는 결의안을 포함한 개혁안을 통과시켰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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