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짜리 '쩐의 전쟁'으로 불렸던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이 결국 카카오로 넘어갑니다.
하이브는 카카오와의 협상에서 경영권을 넘기기로 했고 대신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마무리했습니다.
IT 바이오부 신동호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신 기자. 카카오가 1대주주로 올라서고 경영권을 가져오는 건가요?
<기자>
카카오는 하이브와 협의에 따라 예정대로 오는 26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해 SM 지분을 35% 확보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카카오가 카카오엔터와 함께 진행하는 공개 매수에 성공한다면 SM 주식을 각 17.5%씩 확보해 기존 지분 4.91%를 더하면 총 39.9%가 돼 1대주주가 됩니다.
매수규모는 833만3641주를 주당 15만원에 사들여 약 1조2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자금 문제를 지적했지만 카카오는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카카오의 현금 보유량은 지난해 12월 말 연결 기준 약 4조8000억원인데요.
여기에 단기금융상품 약 1조2000억원을 더하면 약 6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초 사우디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1조1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 중 타법인 취득 자금으로 5800억원을 배정했고요. 투자금 중 9000억원은 지난달 24일 카카오에 납입됐습니다.
<앵커>
하이브가 지분 인수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하이브가 그동안 확보한 SM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 지 주목됩니다. 카카오에 파는 건가요?
<기자>
현재 하이브는 SM지분 15.78%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일단 하이브측은 SM 주식을 어떻게 할 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다만 하이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결합심사를 피하기 위해 일부 지분만 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또는 매출액 3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300억원 이상인 상장사 주식을 15% 이상 취득할 경우 30일안에 기업결합을 신고하고 시장경쟁 제한 여부를 심사받도록 하고 있죠.
그런데 공개매수를 개시한 카카오가 향후 6개월 간 하이브의 지분을 블록딜 형태로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하이브가 일부 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이브가 카카오와 협업을 하겠다고 이야기한 만큼 일부 지분을 그대로 보유한 채 SM의 2대 주주로 남아 협업 또는 견제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또 시장의 관심이었던 SM 주주총회에서의 양측 표 대결은 벌어지지 않을 예정입니다.
하이브에 따르면 하이브 측 사내이사 후보 사퇴를 결정했는데요.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비상근감사 후보들과도 사퇴를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별 다른 변수가 없다면 카카오와 현 SM 경영진이 추천한 후보들이 이사회를 꾸리게 될 전망입니다.
<앵커>
카카오와 하이브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고 카카오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 관심은 카카오엔터의 상장 계획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떠한가요?
<기자>
카카오가 1조2500억원 대규모 자금 출혈을 감수하며 SM 인수에 사활을 거는 이유 중 하나는 카카오의 ‘비욘드 코리아’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은 카카오엔터의 상장을 성공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카카오엔터는 지난 2019년부터 상장을 준비했으나 불확실한 시장 상황과 내부 이슈 등을 이유로 상장을 연기했죠.
카카오엔터는 웹툰이나 웹소설, 케이팝 등 주요 콘텐츠 사업을 전 방위적으로 갖고 있으나, 핵심 아티스트 IP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에 SM을 인수하면, SM이 보유한 강력한 아티스트 확보가 가능해짐과 동시에 카카오엔터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게 됩니다.
앞서 카카오엔터가 사우디 펀드 등으로부터 유치한 1조2000억원 투자에서 인정받은 기업 가치는 약 11조원 수준이었습니다.
최근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선방한 규모이지만 카카오엔터는 상장 기업가치를 최소 25조원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목표한 기업가치를 위해 SM 인수가 필수적인 셈입니다.
증권가에선 SM 인수에 성공하면 카카오엔터의 실적과 기업가치는 퀀텀점프가 가능해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지만 카카오엔터의 상장, 순탄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과거에도 쪼개기 상장 논란이 있지않았나요?
<기자>
사실 카카오는 이전부터 카카오엔터, 카카오모빌리티, 라이온하트의 상장을 검토했지만 카카오 자회사들의 '쪼개기상장' 등의 논란으로 계획을 미뤘죠.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고 카카오엔터까지 상장시키면 카카오, SM 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우선 SM 인수 후 SM과 카카오엔터가 합병하게 된다면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이는 방식일 확률이 커 기존 SM 주주 가치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엔터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1조1천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을 계기로 기업가치를 키워 상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SM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으로 간접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꾀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카카오는 SM 인수후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나요?
<기자>
카카오는 카카오엔터를 통한 '한국판 디즈니'를 구상 중입니다.
SM의 글로벌 IP와 제작 시스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의 정보기술(IT)기술과 IP 밸류체인의 비즈니스 역량을 토대로 새로운 시너지효과를 만들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K팝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한 이후 엔터와 플랫폼의 결합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이미 하이브는 네이버와 손잡고 팬플랫폼 위버스의 몸집을 키웠죠.
카카오 아티스트는 SM 팬 플랫폼 디어유에 합류하고, SM은 자사 IP 바탕의 카카오와 협업한 웹툰, 웹소설 콘텐트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김범수 창업자가 지난해 카카오 미래 10년 키워드를 비욘드 코리아로 정하고 글로벌 진출을 구상한 만큼 SM 세계관과 카카오가 보유한 글로벌 웹툰, 웹소설 유통망의 만남은 한국판 디즈니의 탄생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앵커>
네 신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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