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국방비 2년간 8조원 확대…"중국은 시스템적 도전"

입력 2023-03-14 05:56  


영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 등에 맞서 국방비를 2년간 50억파운드(약 7조9천억원) 늘리기로 했다.
영국 총리실은 13일(현지시간) 외교안보 전략을 업데이트하고 이런 내용이 담긴 통합보고서(IR)를 발표했다.
국방 부문 추가 투자금 중 30억파운드는 핵 방위 산업 인프라 강화와 미국·영국·호주의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 이행 등에 들어간다.
19억파운드는 우크라이나에 보낸 무기를 대체하고 군수품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쓰인다.
영국은 국방비 목표를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5%로 세웠다. 이는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2030년까지 3% 달성 목표보다 낮은 것이고 기한도 없다.
통합보고서는 2년 전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때 처음 발표됐으며 지난해 9월 트러스 전 총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감안해서 업데이트하라고 지시했다.
수낵 총리는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에너지·식량 무기화, 무책임한 핵 발언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더 공격적인 태도 등과 결합해서 위험하고 무질서하며 분열된 세계를 만들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앞으로 10년이 어렵고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세계적으로 훨씬 큰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에는 중국이 별도 항목으로 강조돼있고 대만 관련 우려가 새로 추가됐다.
수낵 총리는 중국이 이 시대에 대표적인 시스템적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기존 보고서에 담긴 '시스템적 경쟁자'보다는 수위가 높은 표현이지만, 전임 트러스 총리가 '국가 안보 위협'으로 정의하려던 데 비하면 낮다.
수낵 총리는 BBC 인터뷰에서는 "중국이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가치를 가진 나라이고 세계 질서에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치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맞서서 방어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며 "영국은 반도체 등 민감한 산업에서 중국 투자를 막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NBC 인터뷰에선 중국이 경제적 위협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수낵 총리는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금융 안정 등 공통 이익에선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정부 내 중국 전문가 양성을 위한 기금을 두배로 확대해 '중국 역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가장 실질적인 위협 요인은 러시아라고 평가했다.
또, 이란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새로 언급하면서 핵 개발과 영국 내 언론인 위협 등을 거론했다.
보고서는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과 러시아의 파트너십 강화와 러시아와 이란의 협력 확대라고 말했다.
북한에 관해서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는 활동을 추구하면서 핵 능력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고 예전보다 더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이번 보고서는 영국 본토와 함께 유로-대서양 지역 안보가 최우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브렉시트 직후 작성된 2년 전 보고서에선 유럽에 관한 언급이 딱히 없었다. 영국과 EU는 최근 북아일랜드 협약에 관해 새로 합의하는 등 관계가 개선됐다.
반면 인도 태평양에 관해선 예전보다 무게가 다소 덜 실린 듯했다.
보고서는 인도-태평양도 우선시하겠다고 했지만 유로-대서양보다 순서가 뒤로 밀렸을 뿐 아니라 예전과는 달리 '인도-태평양으로 기울기(틸트)'라는 별도 챕터도 없다.
한국에 관해선 FTA 협상과 프레임워크 체결 등을 성과로 거론했고, 북한 핵무기가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러시아 등에 제재 집행을 강화하기 위해 작은 기금을 통합해 10억파운드 규모 통합안보 기금을 운용하고, 소프트파워 강화를 위해 BBC 월드 서비스에 2천만파운드를 일시 지급한다고 덧붙였다.
BBC는 그러나 집권 보수당에서 국방비 지출 규모나 중국에 관한 표현이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토비어스 엘우드 하원 국방위원장은 국방비 증액이 벤 월리스 국방부 장관이 원한 규모의 절반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안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수낵 총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다음 달 성금요일 평화협정 25주년을 기념해서 북아일랜드에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수낵 총리는 전날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만나서 러시아 전쟁과 인도 태평양지역 안보 등 공통 관심사와 협력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이들은 13일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오커스 회동을 하고 호주의 핵잠수함 도입 관련 진행 상황에 관해 의견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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