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대표 사업인 한강 횡단 곤돌라 사업에 대해 신중하게 노선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도시형 케이블카인 'IFS 클라우드' 승강장을 방문한 뒤 "곤돌라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는 만큼 관광과 교통 수요를 면밀히 파악해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는 대상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와서 보니 경제적인 타당성이나 실용성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며 "어느 위치에 설치하느냐에 따라서 경제성 등의 편차가 크기에 조금 더 노선을 연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9일 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민간 투자를 받아 한강을 건너는 곤돌라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시가 구상 중인 한강 곤돌라는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이자 한강을 즐기는 여가문화 거점이다. 시는 후보지로 뚝섬, 잠실, 서울숲, 상암 일대를 검토하고 있다.
모두 시민이 즐겨 찾는 곳이지만 교통 접근성과 연결성이 부족해 곤돌라와 같은 신(新) 교통수단이 필요한 곳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곤돌라는 운송 목적뿐 아니라 한강을 횡단하면서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관광용이기도 하다. 이 곤돌라는 대관람차 서울링과 함께 오 시장이 이끄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상징 사업이다.
통상 케이블카가 고정된 케이블을 따라 객차 한 대가 운행하는 형태라면 곤돌라는 여러 대의 소형 객차가 달린 케이블 자체가 움직이는 방식이다.
케이블카보다 운행 편수를 늘리고 설치에 제약이 덜한 편이지만 크기가 작다 보니 바람에는 더 취약한 약점이 있다.
오 시장은 이 곤돌라 사업 구상을 위해 이날 런던의 IFS 클라우드 케이블카 승강장을 찾았으나 공교롭게 강풍이 부는 바람에 직접 타지 못했다.
현지 기상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이날 케이블카가 있는 노스 그리니치 지역은 평균 9.4m/s, 순간 최고 17m/s의 강풍이 불었다. 순간 최고 풍속은 사람이 똑바로 걷기 힘든 수준이다.
IFS 클라우드 케이블카 관계자는 "일년에 하루 이틀은 바람으로 운행이 중단된다"며 "시스템적인 설계를 통해 사고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작년 서울 평균 풍속이 2.4m/s, 일일 최대 풍속이 9.9m/s, 최대 순간 풍속이 24.9m/s인 점을 고려하면 한강 곤돌라 역시 바람의 영향으로 운행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런던 케이블카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맞아 런던교통국(TfL)이 아랍에미리트(UAE) 국적항공사 에미레이트 항공의 후원으로 건설했다. 템스강 양안 약 1.1㎞ 구간을 90m 높이에서 10분간 이동하며 지하철역뿐 아니라 버스노선 50여개와도 연결된다.
개통 초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민의 교통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용객 수가 계속 줄어 연 9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용 요금은 편도 기준 성인 6파운드(약 9천500원)로 런던 지하철 기본요금과 비슷하지만 지하철과 달리 교통카드(Oyster card) 할인은 적용되지 않는다.
현장을 둘러본 뒤 오 시장은 "현장에 와서 조금 더 신중해졌다"며 "고려할 요소가 많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런던 케이블카가 적자를 낸 점을 언급하며 "아마 투자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신중을 기해야 해서 노선별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심도 있게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잠실스포츠마이스단지를 중점적인 (노선) 고려 대상으로 삼았는데 과연 관광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 강 건너까지 갈 필요성이 있는 관광객이 얼마나 있는지를 굉장히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잠실마이스단지가 개장하고 나서 관광수요가 얼마나 있을지부터 판단이 서야 강 건너편으로 왕복할 수 있는 인원수 계산이 나올 것 같다"고 부연했다.
한강 곤돌라로 이어지는 육상 교통수단을 보완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노스 그리니치 지역의 케이블카 승강장은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2분 거리 이내일 정도로 접근성이 좋지만 한강공원은 대부분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떨어져 있다.
시는 민간투자 제안을 받은 뒤 기술적 타당성, 교통·환경 영향, 이용 수요 등을 면밀히 검토해 최종 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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