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펜데믹 당시 크게 성장하며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진단기기 기업이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국내 진단키트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데요.
IT·바이오부 박승원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박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미국 기업이 파산을 신청한건가요?
<기자>
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진단기기 업체인 루시라헬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루시라헬스는 지난달 22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챕터 11)를 신청했습니다.
빠르게 사업과 자산을 매각할 예정으로, 파산 절차 기간 동안에는 고객 지원은 계속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루시라헬스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요. 한 때 잘 나가던 기업 아니였나요?
<기자>
네 맞습니다.
루시라헬스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급속도로 성장한 진단기기 기업 중 하나인데요. 신속항원 진단보다 정확하고, 중합효소연쇄반응 즉 PCR보다 빠른 분자진단 기술을 앞세웠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2월 초 주당 17달러로 나스닥에 상장했는데, 이후엔 33.49달러까지 주가가 치솟았습니다.
시가총액만 13억4,500만달러, 우리돈 1조7,500억원에 달했는데요.
지난해 1분기 흑자전환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지만, 독감과 코로나19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검사키트의 허가가 늦게 나면서 결국 지난해 6,483만달러, 우리돈 84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파산의 길로 접어들게 됐습니다.
<앵커>
미국 굴지의 진단기업이 파산 신청에 나선 것을 보면 국내 기업들 역시 상황이 안 좋을 것 같은데요. 국내 기업들 현황은 어떤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국내 주요 10개 진단 기업들 역시 코로나19 특수로 소위 떼 돈을 벌었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 2022년 3년간 거둔 영업이익만 무려 8조4,200억원에 달했는데요.
국내 기업들이 연구 개발에 전념하며 쌓은 기술 경쟁력에 정부의 발 빠른 품목허가가 글로벌 시장 선점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문제는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진단키트 수요가 줄어들면서 루시라헬스처럼 급격한 실적 감소세를 겪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실제 국내 진단키트 양대산맥인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실적이 감소했습니다.
이 가운데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환율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과 미국 메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의 인수합병(M&A) 자문비 발생이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지만, 미국과 대만 등에서의 대량 수주와 다양한 권역별 매출 달성으로 급격한 실적 부진을 피했습니다.
다만 4분기 실적 하락세는 가팔랐는데, 씨젠은 영업이익이 90% 넘게 급감했고,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앵커>
지난해 암울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조금은 사정이 나아질까요?
<기자>
아쉽게도 올해 역시 지난해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입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더욱 완화하면서 코로나19 진단 관련 수요는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미 여의도 증권가에선 국내 진단키트 기업의 암울한 실적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씨젠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4,82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954억원으로, 51% 줄어들 전망입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경우 올해 예상 매출액은 1조3,303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반토막 수준이 제시되고 있고, 영업이익 역시 전년보다 65% 가까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앵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황이 좋지 않다면 국내 기업들의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 보이는데요. 어떤가요?
<기자>
네. 이미 진단키트 수요 감소가 예상된 만큼, 국내 기업들은 해법 마련에 나서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찾은 돌파구는 바로 인수합병(M&A)입니다. 지난 1월말 미국 체외진단 기업 메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를 약 2조원에 인수했는데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만큼, 메리디안의 생산, 유통망을 활용해 신제품의 미국 식품의약국, FDA 허가를 보다 빠르게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씨젠의 경우 비코로나19 제품 의존도를 높이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미 지난해 4분기 비코로나 진단시약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40% 증가했는데, 이로 인해 전체 시약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코로나 매출을 넘어섰습니다.
여기에 병원체를 한꺼번에 검사해 원인을 찾는 검사법인 신드로믹 분자진단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완전 자동화 분자진단 시스템을 기반으로 글로벌 분지진단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국내 진단키트 기업들이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은 긍정적인 모습입니다. 그런데 조금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보이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앞서 국내 기업들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진단키트는 "끝물 아니냐"는 부정적인 평가가 여전한 게 사실입니다.
이런 평가를 극복하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외형 성장과 맞게 내부 시스템 정비, 펀더멘털 강화, 시장과 소통 확대 등 내실 있는 경영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에 진단 기술 고도화와 함께 진단의 디지털 전환 여기에 미국 등 선진 시장 진출 등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관련해 전문가의 의견 들어보겠습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 : 진단기기 업체가 기본적으로 유전체 기반의 노하우를 축적했기 때문에 신약 개발에 있어서 근거 중심이라던가 바이오마커를 개발한다던가 얼마든지 진단기기 업체의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부분의 확장하거나 협력을 통해 기업이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 자질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런 부분들을 기업별로 가지고 있는 강점을 잘 활용해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지금의 국내 진단 기업들의 행보가 긍정적인 만큼, 이 과정에서 보다 실질적인 성과가 나온다면 한 번 더 레벨업할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IT·바이오 박승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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