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와 증시, 기업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는 'GO WEST' 시간입니다.
글로벌콘텐츠부 오민지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지난 밤에 미국 CPI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SVB 이후로 미국 증시를 비롯해서 글로벌 시장은 여전히 뒤숭숭합니다.
오 기자, 일단 다음주 FOMC인데 월가에서는 의견이 어떻게 모이고 있나요?
<기자>
대세처럼 여겨졌던 50bp 인상론은 SVB 사태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쏙 들어갔고요.
지금은 25bp를 올리는 베이비스텝으로 월가의 의견이 모아지는 추세입니다.
일주일 전에 전문가 30% 가량만 지지했던 3월 25bp 인상론은 현재 80%가 넘는 수준으로 올라간 상태입니다.
금리동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연준 입장에서는 증시 활황을 부추긴다는 리스크 때문에 조심스러울 겁니다.
미국 자산운용사 코닝의 투자정책위원장은 “추가로 은행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한 연준은 이번에 25bp를 인상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게 되면 오히려 시장에서는 은행 상황이 그렇게까지 나쁜 건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면서 동결 가능성은 일축했습니다.
<앵커>
요 며칠 동안 금융주들 특히 은행주가 많이 빠졌잖아요.
지금이 저가 매수의 기회인지 유심히 보고 계신 투자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월가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자>
월가 큰손들 중에는 지금의 시장 공포가 과도하다고 보고 은행주들을 ‘줍줍’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억만장자 투자자로 알려진 배론 캐피탈의 론 배론 회장은 “증권중개업체인 찰스슈왑의 주식을 싼 값에 샀다”고 밝혔습니다.
또다른 억만장자 투자자인 켄 그리핀의 헤지펀드 씨타델도 주가하락을 이용해 지역은행인 웨스턴얼라이언스뱅크의 지분을 5.3%나 사들였습니다.
주목할 대목은 회사의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은행 기관들의 내부자들이 자사주를 매수하는 움직임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SVB 사태 이후 지난주 금요일에는 은행 내부 임원 43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2020년 5월 이후 가장 많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이어서 이번주 월요일에도 35건의 내부 자사주 매입을 보였습니다.
증권중개업체 찰스 슈왑은 이번주 들어 사흘 연속 10% 넘는 하락세가 이어지는 급락세가 연출됐는데요.
찰스슈왑의 CEO인 월트 베팅거는 “상당한 규모의 자산이 회사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본인 역시 개인 계좌로 자사주를 5만주 매수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내부자 거래 중에는 증권거래 위원회에 지연 보고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내부자 거래가 있을 것으로 시장에서 보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내부자 거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기자>
내부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과매도 상황이라고 판단해 헐값에 매수한 것일 수도 있고요.
자사 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시장에 피력하려는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죠.
내부자 거래를 조사하는 인사이더 인사이트의 조사 책임자는 이런 내부자 거래 광풍이 단순한 시장 메시지에 그치기보다 “은행주가 우려보다 과하게 매도되었다는 것에 확신하는 은행가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단순히 메시지로만 보기에는 은행 자사주 매입 움직임이 상당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번 SVB 사태에서 크게 주가가 빠진 팩웨스트은행의 예시를 살펴보면 답이 보이기도 하는데요.
지난 목요일부터 팩웨스트은행에서 13건의 각자 다른 내부자 매수가 있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팩웨스트은행의 자사주 매입은 7번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강한 매수세인 셈입니다.
그리고 화요일 장에서 팩웨스트은행 주가가 장중 60% 넘게 상승하면서 내부자 거래 움직임이 중단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앵커>
밸류에이션상 확실한 저가 구간이라고 판단해서 내부자들이 움직였다는 거네요.
은행주들에 이런 움직임 보이면 주가도 좀 회복됐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S&P500의 지역은행주 지수가 지난 밤에 1.4% 반등했습니다.
앞서 보신 팩웨스트은행이 33.85% 올랐고, 퍼스트리퍼블릭뱅크가 26.98%, 키코프가 6.94% 올랐습니다.
대형은행인 시티그룹도 5.26%, 웰스파고 4.58%, JP모간 2.57%, 골드만삭스 2.10% 상승했습니다.
SVB 사태의 국면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은행주들 주가에도 영향이 있을 텐데요.
현재는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비롯해 아폴로, KKR 등 월가의 굵직한 사모펀드들이 SVB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진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옵니다.
<앵커>
사실 이번 SVB 사태가 금융 시장의 리스크를 보여줬다면서 위기감이 커졌던 건데 그렇게까지 볼 일은 아니라는 건가요?
<기자>
금리 인상이라는 매크로적 상황이 불리했던 건 맞지만 SVB의 경영 자체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 크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시 말해 은행 한 곳의 개별적인 운영 실패라는 거죠.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이번 SVB 사태가 은행업의 기초를 지키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면서 SVB 운영에 대한 지적을 하고 나서기도 했고요.
투자자문사 TD 코원에서도 “SVB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 때문”이라면서 “이번 위기가 전체 금융시스템으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위기를 예측해 큰 돈을 벌었던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도 “이번 SVB발 금융 위기는 빨리 해결될 것”이라고 상황을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럼 지금 은행주를 살 때인가요?
<기자>
조심스럽게 접근해볼 수는 있겠습니다만 리스크를 감내하고 싶지 않다면 투자 대상을 대형은행에 제한해서 접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미국 지역은행의 경우 주가 낙폭이 워낙 커서 회복세가 초반에 두드러졌지만 장후반으로 갈수록 주가 회복세가 다시 둔화되는 모습이었습니다.
2월 소비자물가 CPI가 시장의 예상대로 나오긴 했어도 연준 목표치에 비해 여전히 높기 때문에 기준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데요.
따라서 투자 자산이 특히 많은 지역 은행에서 즉각적으로 반등을 보이기는 힘들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 대형은행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걸로 나타났는데요.
SVB가 파산한 이후부터 대형은행으로 예금을 옮기는 예금주들이 폭증하면섭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수일 만에 예금이 150억 달러, 우리돈 약 19조5000억원 증가했고 또 다른 대형은행인 JP모간체이스와 시티그룹도 수십억 달러의 신규 예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가치투자자인 빌 나이그렌은 “지금이 은행주 매수 시기”라고 하면서도 최선호주로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 은행을 꼽았습니다.
은행주 사이에서도 선별적이고 제한적으로 접근하시면서 저가 매수의 기회를 찾아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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