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경기대응완충자본과 스트레스완충자본 제도 등의 도입을 통해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 강화에 나선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열린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건전성 제도 정비 방안을 이같이 논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은 윤석열 대통령의 '돈잔치' 비판에서 비롯된 은행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의 6대 과제 중 하나다.
여기에 최근 SVB 파산 사태까지 맞물려 은행의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우선 국내 은행의 전반적인 자본비율 제고를 위해 총신용 규모 등을 고려해 올해 안에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이란 신용팽창기에 은행에 추가자본을 0~2.5%까지 적립하도록 하고 신용경색 발생시 자본적립 의무를 완화해 이를 사용토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도 바젤Ⅲ 자본규제의 일환으로 지난 2016년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를 도입했지만 적립의무는 현재까지 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9년 하반기부터 신용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적립 필요성이 생기기도 했지만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를 고려해 0% 적립 수준을 유지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급증한 여신의 향후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금융위 의결을 통해 올해 2~3분기 중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해외사례를 고려해 추가자본 적립신호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도 전염병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예상치 못한 외부충격에 대비해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을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은행별 리스크관리 수준과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등에 따라 차등적으로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는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스트레스테스트는 금리, 환율, 성장률 등의 위기상황을 가정하고 은행의 적정자본 유지 여부 등의 손실흡수능력을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주기적으로 은행에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토록 하고 있지만 테스트 결과가 미흡하더라도 해당 은행에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감독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사례를 참고해 은행별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라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토록 은행업 감독규정 등을 개정할 방침이다.
은행 스트레스테스트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테스트 전 과정에 대한 검증,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제도 정비도 병행한다.
금융당국은 경기대응완충자본과 스트레스완충자본 관련 세부 정비방안을 상반기 중에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하반기 중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은행 충당금 제도 정비는 기존에 발표했던 방안대로 상반기 중 규정 개정을 완료하고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예상 손실에 비해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은행에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을 위해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 중이다.
회계기준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을 위한 은행의 예상손실 전망모형을 매년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근거 역시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마련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최근 미국 SVB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불확실성 우려가 높아진 만큼 금융권의 건전성 제고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자본건전성 확충과 대손충당금 적립 관련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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