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점령지 마리우폴을 전격 방문한 것을 두고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행보를 연상케 한다는 풍자가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19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 안톤 헤라셴코는 이날 트위터에 한 흑백 사진과 함께 "또 다른 독재자도 마리우폴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우리는 그가 어떤 끝을 맺었는지 알고 있다"고 올렸다.
게시된 사진에는 히틀러가 군인들을 대동하고 기지를 시찰하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마리우폴에서의 총통(Der Fuhrer)'이라는 설명과 함께 날짜도 적혀 있다.
전쟁사 웹사이트 워히스토리온라인에 따르면 사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1년 12월 히틀러가 동부 전선 마리우폴의 아미그룹사우스(Army Group South) 사령부를 방문한 당시 촬영됐다.
마리우폴은 1941~1943년 나치의 구소련 점령 시기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졌다. 당시 나치의 침공으로 소련군과 민간인 2천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전쟁에서도 마리우폴은 남부에서 가장 참혹한 범죄가 저질러진 지역으로 꼽히고 있으며, 작년 3월에는 러시아군의 극장 폭격으로 최소 600명이 숨졌다.
이후 이 흑백사진은 푸틴의 이번 마리우폴 방문 사진과 함께 편집돼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하르키우인권보호단체(KHPG)도 홈페이지에 같은 사진을 올려 "두 방문 모두 정치선전을 위해 이뤄졌다"며 "푸틴은 러시아가 야기한 파괴와 고통의 이미지들이 우연히 포착되는 것을 막고자 한밤중에 시찰했다"고 지적했다.
마리우폴 망명 시의회도 텔레그램에 히틀러와 푸틴의 사진을 올리며 "끝은 같다-침략자의 패배"라는 설명을 달았다.
작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의 대표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역시 트위터에 히틀러와 푸틴의 사진을 나란히 게재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어쩔 수 없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라고 덧붙였다.
핀란드 정보국장으로 일했던 현 국방부 고문은 트위터에 폐허가 된 마리우폴에서 '우리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마리우폴을 구했다'고 말하는 러시아군을 묘사한 만평을 올리며 히틀러의 사진을 비교용으로 썼다.
뉴스위크는 "나치의 마리우폴 점령 당시부터 80년이 흘렀지만, 작년 푸틴의 침공으로 도시는 다시 전쟁을 겪어야 했으며 주민 수천 명의 식량과 식수 등이 끊겼다"고 적었다.
미국 매체 샌타모니카옵서버는 "역사는 반복되지는 않지만 변주된다"는 문구와 함께 "두 독재자 모두 도시를 철저하게 쓸어버렸다"고 짚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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