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당국이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에 속속 승인 결정을 내리는 가운데 정작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언제 승인이 날지 알 수 없어 예정된 일정대로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22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한화 방산 부문과 대우조선 함정 부문의 수직 결합 이슈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로 군함용 무기·설비에서 함선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발생한다고 보고 관련 업계를 대상으로 군함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군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견이 국내에 많아서 의견 조회를 해야 한다"며 "한화가 방산 쪽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이기 때문에 (양사를) 합쳤을 때 경쟁이 되는지에 대한 이슈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심사를 최대한 서두르겠지만 결정 시점을 못 박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가 2조원을 투입, 대우조선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 지분(49.3%)을 확보하고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려면 기업결합 심사 등 국내외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업결합 심사 대상국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싱가포르, 튀르키예, 베트남, 영국 등 8개 당국이다.
이중 튀르키예가 지난달 심사 대상국 중 처음으로 양사의 결합을 승인했고 일본과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도 잇따라 승인 사실을 통보해 왔다. 영국은 심의서 제출 이후 문제가 없으면 심사가 마무리되기 때문에 사실상 승인된 상태다.
유럽연합(EU)도 다음달 18일 잠정 심사 결과를 통보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해외 당국에서 승인 절차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반면 정작 공정위의 심사일정은 길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작년 12월 19일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했다. 심사 기간은 신고 후 30일 이내지만 12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유상증자 규모가 2조원에 달하고 한화그룹의 사업 분야가 다양한 만큼 간이심사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는 했지만, 통상 2∼3개월 내에 심사가 마무리됐던 다른 기업 결합 심사 사례와 비교하면 다소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작년 SK가스와 롯데케미칼의 수소사업 합작법인 심사는 2개월 만에 마무리됐고, 야놀자의 인터파크 합병은 한 달도 채 안 돼 승인됐다.
앞서 2021년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합병과 현대제뉴인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당시에도 공정위 심사에는 3개월 안팎의 기간이 소요됐다. 2020년 현대오일뱅크의 SK네트웍스 주유소 영업 양수 승인도 2개월이 걸렸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외국은 우리나라 방산 제품을 거의 안 사기 때문에 아무 관계 없는 시장"이라며 "외국에서 보는 두 회사 결합 관련 시장과 우리가 보는 시장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 기업간 인수·합병(M&A) 심사가 신청한 지 석 달밖에 안 지났는데 (결과가) 안 나왔다고 늦은 게 아니다"라며 "대한항공은 (승인에) 1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동종 업종 간 결합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이번 건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 시장은 방위사업법에 의거해 방위사업청이 진행하기 때문에 일반 회사가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가격 낮추기나 올리기도 불가능하다"며 "애초에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을 (공정위가) 들여다본다고 하니 답답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초 예상했던 것처럼 4월에 기업 결합이 마무리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인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대우조선의 수익성 개선과 적자 탈출이 시급한 만큼 기업 결합 절차가 늦어지면서 한화의 고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에 2조원의 자금이 투입돼야 신규 사업에도 투자하고 경영 전략도 세우는데 이런 작업들이 다 늦어질 분위기"라며 "대우조선 내부에서는 이러다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대우조선은 2021년 1조7천억원대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작년에도 1조6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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