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소은행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 가운데, 이 은행의 신용등급이 재차 하락하고 주가는 또 급락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B'로 3단계 낮췄다.
최근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이 대형 은행 11곳으로부터 300억 달러(약 39조원)의 유동성을 공급받았음에도 등급을 강등한 것이다. 피치는 은행이 현재 적자이며 "재무적 구조조정 없이는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이 은행의 장기 지방채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보유도 자본 비율 관련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해 추가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이 은행 신용등급을 두 차례 연속 낮춰 'A-'에서 'B+'까지 떨어뜨렸으며, 무디스도 'Baa1'에서 투자주의 등급인 'B2'로 7단계 낮춘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이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실리콘밸리 은행(SVB)·시그니처 은행 파산 사태와 관련해 모든 예금을 보호하는 '포괄적 보험'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이 은행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쳤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15.47% 급락한 주당 13.33달러에 마감했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대부분의 예금을 은행 위기가 끝날 때까지 보증하는 경우 등 최상의 시나리오에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목표 주가를 54달러로 예상했다. 그러나 옐런 장관의 발언으로 이런 장밋빛 시나리오의 희망이 사그라든 것이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주가가 주당 1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SVB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 우려 등 위기설이 제기됐고 주가가 급락했다.
미국 대형 은행 11곳이 이 은행에 총 300억 달러를 예치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고 이 은행 주가는 또 내려갔다.
미국 정부와 월가 은행들이 머리를 맞대고 퍼스트 리퍼블릭 구제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어떤 방법이 나오든 주주들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퍼스트 리퍼블릭의 유형 자산이 적은 탓에 퍼스트 리퍼블릭의 인수자가 메꿔야 하는 적자 규모는 135억 달러(약 17조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현재 퍼스트 리퍼블릭의 포트폴리오에는 적자 규모가 268억 달러(약 34조7천억원),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130억 달러(약 16조8천억원)로 기록돼있다.
이는 퍼스트 리퍼블릭이 다른 곳에 인수된다 해도 현 주주들에게는 돌아갈 금액이 전혀 없다는 뜻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설명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애널리스트들은 "퍼스트 리퍼블릭의 보통주 주주들에게 주식의 잔존가치가 플러스가 되는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이 위기에 빠지자 퍼스트 리퍼블릭의 모든 경영진은 올해 보너스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아울러 설립자인 짐 허버트 회장은 지난 12일부터 급여를 받지 않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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