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법안 유지 결론..권한쟁의 기각·각하

입력 2023-03-23 16:52  



헌법재판소가 23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이 가결을 선포한 행위에 대한 무효 확인 청구는 기각하고 검사의 수사·소추권한도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된 점은 인정했다. 법안이 통과된지 11개월만이다.

양당이 검수완박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쟁점별로 희비가 엇갈린 판단을 받아든 만큼 이번 헌재의 결정 이후에도 각자 정당성을 내세우며 갈등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1년 전부터지만, 검찰 직접 수사권 축소 내지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된 것은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펴낸 책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정치권력은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검찰은 정치권력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자신의 권한을 적극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검찰 조직에 유감을 명확히 드러냈던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집권 후 대대적인 검찰 개혁에 나섰다. 2020년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이 6대 범죄만 직접 수사하도록 했고, 2021년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21년 검찰의 수사권을 더 제한하는 입법을 논의하고 나섰다.

개혁 과정에서 검찰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검찰개혁 반대에 앞장선 인물이 바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2021년 3월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작심한 듯 "검수완박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수완박은 이후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작년 3월 이후로 민주당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5월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법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비록 국회에서 과반을 확보한 민주당이었지만 야당이 반대하는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키려면 먼저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라는 문턱을 넘어야 했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다수를 차지한 정당이 수적 우세를 내세워 법안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다. 여당 3명과 여당을 제외한 3명 등 6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에서 4명 이상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법안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안건조정위 의결을 위해 과거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2021년 탈당해 무소속이 된 양향자 의원을 2022년 4월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법사위로 사·보임시켰다. '사실상 민주당 소속'으로 평가받던 양 의원을 법사위 안건조정위에 무소속 의원 몫으로 배치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양 의원이 기대와 달리 검수완박에 반대하자 민주당은 민형배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 의원 자격으로 안건조정위원으로 들어가 결국 검수완박 중재안을 의결시켰다.

이날 헌재가 인용한 권한 침해가 이 대목이다.

야당은 법안 표결을 저지하려 했지만, 국회는 결국 그해 4월 30일 검찰청법 개정안을, 5월 3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검수완박을 둘러싼 싸움은 국회 밖에서도 계속됐다.

국민의힘은 법안이 법사위 안건조정위를 통과한 직후인 2022년 4월 27일 효력정지 가처분을 헌재에 신청했고, 법안이 본회의로 넘어간 4월 29일에는 권한쟁의심판도 청구했다.

법무부와 검찰도 그해 6월 27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정부 기관이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한 것은 1990년 첫 권한쟁의심판 청구 이래 이 사건이 처음이었다.

헌재가 연 공개 변론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은 정면 충돌했다.

장관 후보자 때 검수완박 입법을 '야반도주'라 비판했던 한 장관은 공개 변론에서도 검수완박 법안을 "국민을 위한 기본권 보호 기능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고 평가했다.

국회 측 대리인인 장주영·노희범 변호사는 "수사권은 행정권의 일부이고 입법자(국회)는 입법 당시의 시대 상황과 국민 법의식 등을 고려해 수사 주체와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맞섰다.

신속한 결정으로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요구 속에 헌재는 입법 11개월 만에 결정을 내렸다. 이선애 재판관의 임기 만료(3월28일)도 헌재가 선고를 서두른 배경이기도 하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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