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메트)의 소장품 가운데 1천점 이상이 밀거래·약탈과 연루돼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ICIJ는 보고서에서 이 박물관 소장품 가운데 최소 1천109점이 약탈 또는 밀거래 혐의로 기소됐거나 처벌을 받은 사람들의 소유였다고 밝혔다.
ICIJ는 비영리재단인 '파이낸스 언카버드'와 함께 메트의 소장품 목록을 검토해 밀거래 관련 물품을 찾아냈으며, 보고서가 나온 뒤 박물관 측은 고강도 조사에 착수했다고 CNN은 전했다.
메트 소장품 가운데 원래 만들어진 나라 밖으로 나오게 된 내력이 자세히 기록된 물품은 절반이 되지 않았다.
특히 약탈이 심했던 네팔과 카슈미르와 연관된 유물 250여점 중에서 이들 국가에서 어떻게 반출됐는지 관련 기록이 있는 것이 고작 3점뿐이었다.
또 소장품 가운데 수십 점은 미국의 미술품 중개상 로버트 E. 헥트가 소장하던 것이었다.
메트 측은 1950년대부터 헥트로부터 세계 각지 예술품을 사들였으며, 1959년과 1961년에 그가 밀수 혐의로 이탈리아 검찰에 기소된 뒤에도 거래를 계속했다.
헥트는 2012년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미술품 불법 거래 혐의를 부인했고, 그의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흐지부지됐다.
메트의 또 다른 소장품 800여 점은 헥트의 사업 파트너로 1997년 이탈리아에서 헥트와 함께 기소됐던 인물인 조너선 로즌의 소유였다.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에 따르면 클리블랜드 박물관은 2008년 로즌을 통해 들여온 소장품들이 장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들을 반환하기로 했고, 2013년에는 코넬대학도 로즌이 기증한 약 1만개의 고대 이라크 명판을 반환하는 데 동의했다.
당시 로즌의 변호사는 그가 이들 명판을 불법적으로 획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1세기 인도 석상 '천상의 무희'를 비롯한 85개 소장품은 지난해 인도에서 밀수 혐의가 인정돼 10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수바시 카푸르와 관련돼 있다.
유물 약탈과 밀거래를 감시하는 '앤티쿼티스 코울리션'의 테스 데이비스 사무국장은 "메트는 세계 박물관들의 기준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이 박물관이 밀거래 의심 물품을 반환하지 않는다면, 예술품 밀거래를 막을 희망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ICIJ에 따르면 메트는 최근 몇 년간 여러 차례 압류를 당했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 이집트 청동상과 그리스 반신상, 고대 접시, 세계 각지에서 온 투구와 동상 등 메트 소장품 최소 29점이 미국 당국에 압류됐다.
2019년에는 이 박물관이 개최하는 메트 갈라에서 TV 리얼리티쇼 스타인 킴 카다시안이 2천년 전 고대 이집트의 금으로 만든 관(棺) 앞에서 포즈를 취해 관심이 집중되자, 박물관 측이 이를 반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맨해튼지방검찰 수사 결과 메트 측이 "엉성하게 위조한" 수출허가증을 믿고 약탈해 온 이 금관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ICIJ는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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