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SK하이닉스의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기업 신용등급은 Baa2로 유지됐다.
무디스는 이날 관련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메모리칩 산업이 전례 없는 침체를 겪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올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수준의 부채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무디스에 따르면 올해 SK하이닉스의 감가상각 전 영입이익(EBITDA)은 약 5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21조원에서 급감한 수치다.
SK하이닉스의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27조원에서 올해 말 33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른 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은 지난해 1.3배에서 올해 6.0배 이상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무디스는 SK하이닉스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하면서 차입금을 EBITDA의 1배 수준을 유지하는 등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했던 점을 높이 평가했었다.
무디스는 "SK하이닉스가 실적이 매우 부진하고 재고 수준이 높아 올해 상반기 영업현금흐름이 특히 불안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규제를 고려할 때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생산능력을 향상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것도 등급 전망 하향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은 기업에 대해 향후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공표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서 D램 메모리칩 제조시설을 가동하고 있고, 다롄에서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공장을 인수했다.
무디스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설비투자를 대폭 줄이고 과잉 재고를 없애 추가 부채를 막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부채 감소와 내년 업황 개선을 고려하면 SK하이닉스의 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은 내년부터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SK하이닉스가 실적 개선에 성공하고 투자·운영 비용 감축을 통해 건전한 재정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보인다면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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