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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무하는 위기설, 그 실체는…" [정경준의 주식어때]

정경준 기자

입력 2023-04-02 13:01  

"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오른다". 당신만 모르는 주식투자의 불변의 법칙입니다. 사상 유례없는 복합위기의 시대, 성공 투자의 절대 공식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주식공부, <정경준의 주식어때>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은행 위기가 일단은 '봉합' 수순에 들어간 듯 합니다.

정확히는 '소강국면' 정도로 표현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제, 어떤 식으로 또 다른 문제가 터져 나올 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이번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에서 보듯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위기 출현에 대한 당혹감이 아직도 여전합니다.



<사진 :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외경>

그래서 일까요? 온갖 위기론이 시장을 휘감고 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위기론. 최근 위기론은 대략 이런 것 같습니다. 위기의 경로 혹은 뇌관이라고 해야 할까요, 첫번째로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은 높은 공실률을 기록하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합니다.



<사진 : 미국 상업 부동산 대출 비중, 자료 : Fed, 한국투자증권>

물론 급속도로 진행된 긴축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냉각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이 역시도 일종의 긴축 파열음으로 봐야 할 듯 합니다. 문제는 이들 부동산에 미국의 중소 은행들이 대거 대출을 해줬다는 겁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대출 비중을 보면 중소 은행이 70% 가량을 차지합니다. 미국의 중소 은행들이라고 하면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공포에 떨게 했던, 바로 그 실리콘밸리은행(SVB) 같은 곳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는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 예고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들 중소 은행들의 기존 대출 태도에 변화가 불가피한 대목입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대출이 나갈 때 예전보다 엄청 깐깐하게 보겠다는 겁니다.

대출이 쉽게 나가지 않겠지요, 그렇다면 이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신규 대출은 물론이거니와 차환도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후 상황은 말씀 안 드려도 뻔히 예상이 가능할 겁니다. 결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셈이죠.

그렇다면 이제 시장은 이들 부동산 대출을 한데 모아서 만든 주택저당증권(MBS)을 누가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몰두할 겁니다. 꼬리에 꼬리는 무는 온갖 소문들은 급속도로 SNS를 타고 이리저리 퍼져나가겠죠...(그 이후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두번째 위기의 뇌관으로 꼽히고 있는 것은 '그림자 금융' 부분입니다. 금융당국의 규제 사각지대 있는 프라이빗한 투자회사나 투자분야인데, 소위 사모펀드 등이 위기설의 또 다른 한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시장에 널브러진 많은 돈들이 고수익을 쫓아 과감한 베팅에 나섰는데, 문제는 어떤 자산에 얼마나 투자돼 있는 지 등 구체적인 투자내역 등이 베일에 싸여 있다는 점입니다. (전체 사모펀드가 다 그렇다는 말씀은 아니고요,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일부 금융상품 등의 경우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요즘과 같이 불안한 상황,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도대체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또 다른 위기설을 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세번째로는 이와 같은 최근의 상황들이 종국적으로는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것도 아주 깊고 강한 경기침체를 말입니다.

은행위기로 촉발된 불안이, 앞서 말씀드렸던 은행 등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한 규제의 정당화로 이어지면서 앞으로 야기될 은행의 대출 태도 변화는 가계와 기업의 소비·투자 둔화를 불러와 결국에는 성장 둔화 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이 연장선상에서 가장 걱정스런 대목은 다음 부분인데요, 아마 이것이 최근 위기론의 핵심일 듯 합니다.

이번 은행 위기를 '볼모'로 시장은 통화정책 당국을 겨냥해 최종 선택을 강요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바꿔 말씀드리면 시장의 강력한 금리인하 요구 내지는 기대감을 미국 통화당국이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 이 과정에서 자칫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불능, 더불어 통화당국에 대한 불신 확대,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인플레이션 고착화와 경기침체가 맞물린 스태그플레이션이 올지도 모른다는 주장입니다.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는 세계경제, 상상만해도 끔찍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들이 최근 나오고 있는 대략적인 위기설들의 주요 내용입니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것이냐"고 바로 말씀 하실텐데요. 숱한 위기설들이 시장을 휘감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심리 역시 우호적일리 만무하다고 본다면 어찌됐건 지금 상황에선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은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투자전략이 유효할까요?

제 주제에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입을 나불거릴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증시 전문가의 분석으로 대신합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의 최근 분석보고서(28일자 - <과장된 '위기'인가, '위기'의 전조인가?>) 내용입니다.

이 연구원은 "지금은 반도체, 자동차 등 단순하지만 지수 관련 대장주가 시장 대응에 효율적일 수 있다고 본다"며 "주가는 더딜 수 있지만 (이들 업종은) 지수 변동성 확대기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업종으로, 만약 예상치 못한 주가 급등이 전개된다면 그 출발점은 이들 종목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또 "2차전지 등 일부 과열 부담이 있는 곳은 여전히 종목 선별이 중요할 듯 하다"며 "새로운 산업이 출현할 때 초기에는 큰 폭의 성장세로 출발하지만 산업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성장률은 자연스럽게 하락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를 비롯해 주요국 증시들이 일제히 1분기 어닝시즌에 들어갑니다. 숱한 위기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어느 때 보다 기업실적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여러분의 성공투자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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