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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대기업만의 '복지 티켓' 아니예요 [전민정의 출근 중]

전민정 기자

입력 2023-04-01 08:00  




'국민연금'에 기댄 노후복지 안전판이 언제 흔들릴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에 저성장 우려까지 커지며 국민연금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인데요.

이에 보험요율을 높이고 가입의무와 수급개시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관련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되고 있죠.

국민연금 개혁이 이슈화되면서 또다른 노후복지 안전판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퇴직연금'입니다.

집 살 때 퇴직연금서 못 빼서 쓴다…가입 의무화도 단계적 추진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은 295조6천억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최근 5년 평균 수익률은 1.96%에 그치고 있죠.

퇴직연금은 연금으로서 노후 안전망으로 사용되기보다 '언제든 빼서 쓸 수 있는' 적금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수급을 개시한 퇴직연금 계좌 39만7,270개 가운데 일시금으로 돈이 빠져나간 계좌는 38만286개로 95.7%를 차지했습니다.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이나 전세보증금이 필요한 경우에 전액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는 것도 취약점인데요.

이 때문에 매해 약 2조원의 퇴직연금이 인출되고 있고,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옮겨진 퇴직급여가 단기간 내 해지되는 규모도 매년 약 12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아직 퇴직연금은 대기업 직원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도 많습니다.

실제 국내 30인 이상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80%에 달하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은 24%에 그치고 있습니다.

정부가 그래서 올해 상반기 중으로 퇴직연금이 국민의 노후를 든든하게 보장할 수 있도록 연금성·보장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퇴직연금도 국민연금 수준은 아니더라도, '준공적' 연금화를 목표로 기업규모별로 퇴직연금 제도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퇴직연금 도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제 지원을 늘리고 연금 수령 병식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중도 유출 요건을 보다 까다롭게 하기 위한 제도 개편도 논의됩니다.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안착에 힘쓰고, 투자자들이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사 계좌를 보다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 '수수료 무료' 중소기업 퇴직연금, '푸른 씨앗'을 아시나요?



퇴직연금은 주요 연금제도인 국민연금(88년), 개인연금(94년) 중 가장 늦은 지난 2005년에 도입됐음에도 '연평균 19% 증가율'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의 비율이 27%(42만곳)에 그치고 있는 건, 중소기업에서 도입이 더디기 때문인데요. 또 단기간·초단기간 근로자는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사각지대'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지난해 9월 30인 이하의 중소기업이 가입할 수 있는 국내 최초 공적 퇴직급여제도인 '중소기업 퇴직연금 제도(푸른 씨앗)'를 도입했습니다.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처럼 근로복지공단과 외부 전문기관이 적립금을 운용하고요.

사용자가 근로자의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을 매년 해당 근로자의 퇴직연금계좌로 납부하고 근로자가 퇴직하면 받게 되는 구조입니다.

가입하려면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 또는 근로자과반수가 동의하면 이후 가입신청서를 제출하고, 부담금을 정해진 납입 기한에 내면 됩니다.

이 제도에 가입하는 사업주에게는 소속 근로자(월평균 보수 242만원 미만)에 대한 사용자부담금의 10%를 3년간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어 사업주는 1명당 24만원을 한도로 30명까지 연간 최대 720만원의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엔 깜짝 인센티브까지 생겼는데요. 올해 연말까지 근로자 30인 이하 사업장이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에 가입하면 수수료를 5년간 면제해주는 혜택을 주기로 한 겁니다.

사업장이 민간 퇴직연금사업자에 가입하는 경우 연평균 약 250만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지만, 이 제도에 가입하면 수수료를 5년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올해 2만8천여개 사업장의 20만3천명의 근로자의 가입을 유치하고 1조2,700여억원의 적립금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가입 근로자는 2,800개 사업장 소속 1만3천명, 기금 누적액은 530억원에 불과합니다. 1분기가 지나고 있는 시점이지만 목표치의 채 5% 정도만 달성한 셈이죠.

다만, 정부는 중소기업 퇴직연금 운용 규모가 커지면 수익률도 높아지고 수수료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 중에 마련되는 퇴직연금 강화 대책에 수수료 무료 등 인센티브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홍보 확대로 중소퇴직기금제도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담았습니다.

폐업해도 퇴직연금 받을 수 있도록…中企 근로자에게도 든든한 '노후 안전판'



지난 2018년, 기업이 근로자의 퇴직연금에서 부담해야 할 몫을 내지 않고 있음에도 이를 가입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시중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사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징계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요.

사용자가 퇴직연금 부담금을 늦게 입금하면 가입자인 근로자만 손해를 보게 됩니다. 지연된 기간 동안 금융사들이 굴릴 수 있는 퇴직연금 원금이 예정보다 줄게 되고, 그 만큼 운용 실적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사용자가 적립금을 제대로 납입하지 않을 경우, 사업장이 파산했을 때 근로자의 퇴직연금 자산 전액 보호도 어렵다고 합니다.

기업과 근로자의 무관심과 부주의도 개선해야 할 점이지만, 이를 운용하는 금융사가 수익률을 높이고 제대로 운용을 하지 못한다면 퇴직연금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정부는 근로자의 '수급권 보호 강화'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퇴직연금사업자 등 금융기관의 위법과 일탈행위는 곧 근로자, 특히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 근로자의 노후 안전판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서 입니다.

고용부는 해외사례를 토대로 중장기적으로는 퇴직연금 지급보증제도 도입, 퇴직연금 보장기금 설립, 퇴직연금 매칭지원 등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보호강화 방안 추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과 영국은 퇴직급여 지급보증기구가 도산기업의 퇴직연금 자산과 부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독일과 스웨덴은 지급보증기구가 기업이 납부한 보험료로 연금보험을 구매해 보장하는 방식으로 근로자의 퇴직연금을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또 저소득 근로자를 위해선 정부가 적립금을 매칭해서 지원하는 '한국형 정부 보조연금 도입'도 검토 중인데요.

독일과 호주 등에서 저소득층이 기여금을 납입할 경우 정부가 일정 금액을 매칭 지원해주는 것처럼, 저소득층 근로자가 적립금을 일정 금액 이상 추가 납입할 경우, 소득수준과 자녀 수를 고려해 정부가 부담금을 추가 지원해주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금감원에서는 직장의 폐업이나 도산 등으로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찾지 못하는 근로자를 위해 통합연금포털 개선 등을 통해 잃어버린 퇴직연금 찾기 서비스에 나섭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고용부와 함께 잃어버린 퇴직연금을 상시적으로 조회하고 환급받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한다는 구상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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