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혐의로 복역하다 러시아 민간용병단 '와그너그룹' 합류로 죄를 사면받은 러시아 남성이 고향에서 또 살인을 저질러 다시 수감됐다.
흉악범들이 참전을 계기로 석방되고 사회로 복귀하는 것에 대해 러시아 사람들의 우려가 컸는데, 결국 불안이 현실화 된 것이다.
러시아 반정부 성향 독립 언론 매체 '메디아조나'와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 키로프주 소도시 노비부레츠 경찰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와그너그룹 용병 출신 이반 로소마킨(28)을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피해자는 같은 마을 주민인 고령의 여성으로 구타당한 채 흉기에 찔려 숨져 있었다. 살인의 동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현지 매체 '옴베스티'는 로소마킨이 범행을 실토했다고 전했다.
이 비극의 시작은 약 1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소마킨이 고향 노비부레츠로 돌아온 것은 지난달 21일이었다. 잔혹성으로 악명높은 러시아 민간용병단 '와그너 그룹' 소속으로 우크라이나 모처에서 전투를 치르다 일종의 휴식 차원으로 고향을 찾아온 것이었다고 한다.
와그너그룹 합류 전, 로소마킨은 살인죄로 복역 중이던 죄수였다. 그는 만취 상태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그 한 달 뒤 노상강도까지 벌인 혐의로 2020년 14년형을 선고받았다. 복역 중 와그너그룹의 '죄수병 선발'에 지원하면서 석방의 기회를 잡았고, 일정 기간 복무를 마치고 사면을 받아내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바로 문제를 일으켰다. 술에 취한 채 농기구와 흉기를 들고 돌아다니며 "다 죽여버리겠다"고 소란을 피워 주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현지 방송은 그가 이유 없이 자동차 창문 여러 장을 깨뜨리는 모습을 보도했다.
그는 이 일로 5일 동안 유치장에 갇혔다. 고향에 돌아온 지 이틀 만이었다. 주민들은 로소마킨이 유치장에 있는 동안 주민회의까지 소집했다. 그의 공갈 탓에 두려워 잠들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주민도 있었다.
회의에 불려 나온 지역 경찰서장은 "(3월) 28일이면 로소마킨을 기차에 실어다 (와그너그룹으로) 쫓아내 버릴 것"이라며 주민들을 애써 안심시켰다.
그러나 경찰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5일간의 구류를 마친 로소마킨은 27일에 풀려났고 29일에 살인 범죄를 저질러 다시 체포되고 말았다.
와그너그룹이 살인·강간범 등을 용병으로 선발하면서 이들이 사회 복귀 후 중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많았다. 지금까지 와그너그룹을 통해 사면받은 죄수는 5천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인터넷매체 더데일리비스트에 따르면 예브게니 프리고진 와그너그룹 대표는 자사 용병 복무를 마친 복귀자들이 한 달 내에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0.31%에 그친다고 자랑했다.
프리고진 대표는 로소마킨의 사례에 대해서는 "누군가 공격적으로, 도발적으로 행동하거나 어떤 위협이라도 저지른다면 우리에게 알려달라. 채용팀을 보내서 조심스럽게 그 사람을 데려다 최전선으로 보내버리겠다. 그곳이야말로 그 공격성을 표출할 곳"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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