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제약·바이오 산업의 후발주자임에도 단기간에 큰 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서정진 회장 중심의 경영 전략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풍부한 자원 중심의 경영 전략이 성장 요인으로 꼽혔다.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고영희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의 성장 전략을 비교·분석한 논문을 한국경영학회가 발간하는 '코리아비즈니스리뷰(KBR)' 최근호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국내외 연구 자료, 정책 관련 자료, 두 기업의 IR 자료, 인터뷰, 기사 등으로 기초 조사를 수행하고 회사 전략 담당자를 대상으로 대면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런 후 두 기업의 성장 과정을 크게 창업기, 도약기, 코로나19 시기의 3단계로 나누고 각 시기의 경영 전략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경영 전략을 크게 창조형 메커니즘, 혁신형 메커니즘, 적응형 메커니즘의 세 가지로 나눴다.
창조형 메커니즘은 주체, 즉 경영인이 강한 비전을 갖고 환경이나 자원을 창조해내는 경영 전략이고 혁신형은 주어진 환경이나 자원에 맞춰 주체가 변화를 이끄는 전략이다. 적응형은 주어진 환경이나 자원을 따라 주체가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전략이다.
연구 결과 셀트리온은 상대적으로 주체 중심으로, 삼성바이오는 자원 중심으로 성장했다.
구체적으로 셀트리온은 창업기, 도약기 창조형 메커니즘에서 코로나19 시대 혁신형 메커니즘 전략을 취했다.
특히 서정진 회장은 창업기와 도약기에 강력한 리더십과 비전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항체의약품 위탁생산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항체 의약품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도전했다.
이러한 경험으로 코로나19 감염병 발발 후 즉시 치료제 개발에 착수해 항체 의약품인 '렉키로나'를 만들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는 창업기 혁신형 메커니즘에서 도약기 창조형 메커니즘으로, 코로나19 시대는 다시 혁신형 메커니즘으로 돌아왔다.
삼성바이오는 모든 시기에 삼성그룹이 보유한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주체가 자원을 혁신하고 창조하는 자원 중심의 경영 메커니즘을 보였다.
회사는 2015년 2공장을 완공하고 같은 해 3공장에 착공하면서 생산 규모를 크게 늘렸다. 이를 통해 의약품 수요가 폭발했던 코로나19 시기 굵직한 수주를 따내면서 최대 매출을 냈다.
이러한 연구팀의 분석 결과는 양사가 최근 발표한 경영 전략과도 일치한다. 서 회장은 최근 2년 만에 셀트리온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서 회장 중심으로 성장한 셀트리온이 다시 한번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위기 극복에 나선 것이다.
한편 삼성바이오는 최근 이사회에서 5공장 설립을 의결하며 풍부한 자원 중심으로 압도적인 격차를 내겠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양사의 코로나19 시대 이후 가능성도 살폈다.
연구팀은 "공중 보건 비상사태가 인류에게는 재앙이었지만 양사에는 기회로 작용했다"며 "경쟁력 있는 내부 자원과 그동안 축적된 선택과 학습은 바이오제약 시장의 수요와 기술 발전에 기여하며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