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학살 현장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지하실에서 여생을 보내길 바란다며 독설을 쏟아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과 함께 작년 이맘때 러시아군의 감금·학살이 자행된 키이우 북부 마을 야히드네를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군은 개전 직후인 작년 3월 초 야히드네를 점령했다가 한달만에 철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이날 야히드네 해방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 도시를 찾았다.
점령 당시 러시아군은 이곳에서 어린이 77명을 포함한 주민 367명을 납치해 60평 남짓의 학교 지하실에 27일간 감금했다. 피해자 중에는 18개월 된 영아도 있었다.
이들이 감금된 지하실은 3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좁았고,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일부 노약자들은 호흡곤란을 겪다가 질식사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야히드네를 탈환했을 때는 이미 주민 11명이 세상을 떠난 뒤였다.
당시 러시아군은 피해자들이 지상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이들은 지하실 한쪽에 있는 양동이에 대소변을 봐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모든 것을 보고 나는 러시아 대통령이 화장실로 쓸 수 있는 양동이가 있는 지하실에서 여생을 보내길 바랐다"고 말했다.
감금 피해자 발레리 폴히(38)는 AFP에 "처음에는 추웠고, 이후 더 많은 사람이 지하실로 들어오면서 산소가 부족해지기 시작했다"며 "노인들이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고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감금 당시 피해자들이 지하실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이들의 이름을 지하실 한쪽 벽에 적었고, 어린이들은 우크라이나 국가를 써내려갔다고 AFP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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