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전 임원들, 공개적으로 우려 표시
증권가, 정부개입에 KT 성장성 회의적
KT의 1분기 실적이 통신 3사 중 나홀로 뒷걸음을 친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기를 크게 타지 않는 통신회사로는 이례적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두자릿수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리더십 공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KT에서 임원을 지낸 한 교수는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회사는 더 망가질 것 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습니다.
박해린 산업부 기자와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박 기자, KT 1분기 실적 어떻게 추정됩니까?
<기자>
증권가에서 추정한 1분기 KT의 실적입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 분기 대비 각각 11.21%, 4.67%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죠.
반면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7%, 9% 가까이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예상됩니다.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KT만 뒷걸음을 친 거죠.
KT 측은 이에 대해 "지난해 1분기 자산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있어 역기저 효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증권가에선 경영 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경영 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급변하는 ICT 환경 하에서 치명적이기에 기업 가치에 매우 부정적이고,
새 대표가 선임된다고 하더라도 전임 대표 체제의 성과 지우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디지코 전략의 연속성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또 3년마다 CEO 불확실성이 고질병처럼 KT를 괴롭힐 가능성도 제기되기에 증권가에선 CEO 선임 절차 자체가 KT의 매력을 낮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선 이렇게 냉정한 평가를 쏟아내며 KT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또 KT의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도 6개월 전보다 약 8% 낮췄는데, 이제 1분기가 막 지난 시점이니 추후 실적 눈높이를 더 내릴 수 있다는 점까지 염두에 둬야 합니다.
사실 최근과 같이 경기 침체로 상장사 전반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방어주인 통신주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인데,
경영 공백 리스크가 실적도 주가도 끌어내리며 방어주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경영 공백 장기화가 실제 실적 타격으로 이어진다면 지금 3만원 초반에서 버티고 있는 주가도 위태로울 텐데요.
KT 측은 언제쯤 새 대표를 선임하겠다는 겁니까?
<기자>
KT는 정상 경영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첫 발을 지배구조 개선 TF 구성으로 떼고,
다음과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오는 8월 말까지 새 대표를 선임할 계획인데요.
여기서 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너무 늦다는 겁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경영 공백으로 투자 결정은 미뤄지고 신규 물량 발주도 중단된 상황인데 8월 말까지 기다리기엔 본사는 물론 자회사, 협력사에서까지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에 KT 전·현직 임원으로 구성된 K-비즈니스연구포럼은 최근 "경영공백 장기화에 회사가 망가지고 있다"며 비상 경영체제를 빠르게 종료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포럼의 의장이자 KT 임원 출신인 한영도 상명대 교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한영도 / K-비즈니스연구포럼 의장: 박종욱 대표이사가 직무대행을 하면서 직무대행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 비상경영을 하겠다는 겁니다. 되게 심각한 문제죠. 작년 11월부터 대표이사 선임권으로 해서 지금 5개월이 소비됐어요. 앞으로 5개월 더 간다 하는 거죠. 10개월 동안 경영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 내부적으로도 조직 개편이라든가 어떤 계약이라든가 이런 부분은 전혀 못하고 있어요. 자회사도 지금 올 스톱 돼 있는 거죠. 시간만 계속 끌고 회사 가치는 더 떨어지고 평판은 더 떨어지고 이렇게 회사가 더 망가지는 거죠. (전현직 임원들은) 굉장히 안타깝게 보고 있죠.]
정리하자면 지배구조 개선 등의 문제는 새 대표와 이사진이 맡는게 맞으니 일단 하루 빨리 대행 체제를 끝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앵커>
전현직 임원들까지 KT의 현 사태에 대해 쓴소리를 내고 있군요.
박 기자, 그래도 3분기 내에 상황이 정리된다면 하반기에는 경영 정상화를 기대해봐도 되지 않겠습니까.
<기자>
문제는 새 대표가 8월 말 선임되더라도 정상적인 경영 활동은 해를 넘길 것이란 점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KT 담당 애널리스트는 "TF를 꾸리더라도 결과적으로 정부 개입 하에 중대사가 결정될 것"이라며 KT의 성장성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 : 어차피 용산이 정하는 거니까 TF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새 대표가 7월이나 8월에 선임되면 세팅하고 또 한 3~4개월 더 걸리지 않을까요. 그럼 올해 끝난 거예요. 여기서 제4 이동통신까지 나온다고 그러면 사실 쉽지 않죠. 통신주들은 올해는 좀 규제 리스크가 너무 좀 많은 한 해인 것 같아서 당분간은 조금 보수적으로 말씀을 드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내외에서 이런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지다보니 주주들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있겠죠.
더군다나 이번에 KT가 주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받기 위해 주주 추천으로 이뤄진 외부 전문가 TF를 구성하고, 여기서 지배구조 개선부터 하나하나 해나갈 계획이라고 했지만 여기서 또 개인주주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KT가 TF 구성원 추천권을 KT 지분 1% 이상 보유한 주주들, 즉 국민연금이나 신한은행 등 총 17곳의 법인과 기관에게만 부여했거든요.
전체 지분의 56.44%를 차지하는 개인 주주들로선 "왜 우리 의사는 간과하느냐"는 불만이 나오는 겁니다.
더군다나 최근 KT 개인 주주들은 위기 상황에서 결집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발언권이 더 센 상황이죠.
오늘 기준으로 임시 주총을 위한 의결권만 KT 총 주식의 대략 1.56%를 차지하고 있기에 "우리도 추천권을 부여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 대표의 의견 들어보시죠.
[KT주주모임 대표: 50%가 넘는 개인 주주들의 입장도 중요할 텐데…. 회사 측에 분명히 항의했고요. 일단 어떻게 회사가 움직이는지 보고, 지금 국민연금이 2명 추천한다고 했을 때 한 명만 받아주는 것 정도까지는 저희는 용인할 의사가 있습니다.]
경영 공백 장기화에 실적도 민심도, 기업가치에도 타격을 입고 있는 KT, 대내외 갈등을 봉합하는 일이 시급해보입니다.
<앵커>
갈 길이 멀어 보이는군요.
박해린 산업부 기자였습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