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러시아와 일본이 분쟁 중인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약 60년 만에 처음으로 '중립' 입장을 표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6일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일본 교도통신은 중국 측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중국은 쿠릴열도 남단 4개 섬 주권에 관해 어떠한 입장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1964년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은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인 쿠나시르, 이투루프, 하보마이 군도, 시코탄 등을 일본 영토로 인정한 바 있는데,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를 뒤집은 것이다.
러시아 현지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러한 입장 변화를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표현하며, 러시아와 중국 간 신뢰·협력이 한층 더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발레리 키스타노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일본학 연구센터장은 "쿠릴열도에 대한 이번 중국 측 언급은 러시아가 모든 방향에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도 외교 전략에서 러시아에 더욱더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일본이 러시아의 '비우호국' 명단에 올라온 상황에서 러시아는 중국의 이러한 입장 변화를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의 입장 변화에는 미국·한국 등과 공조를 강화하는 일본을 견제하려는 의도 역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키스타노프 센터장은 "일본은 중국의 안보 위협을 약화하기 위해 모든 전선에서 온 힘을 다해 반중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 일본의 삼각공조 강화도 공식적으로는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게다가 일본은 최근 필리핀과 군사 분야 협력에 나서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일본과 필리핀으로 구성된 비공식적인 새로운 반중국 블록이 형성되는 것으로 중국이 반길 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그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 문제, 미국 측 요청에 따른 일본의 반도체 생산 장비 중국 수출 금지 조치 등도 중국과 일본 간 관계 악화 요인으로 꼽았다.
또 다른 전문가는 마오쩌둥 전 주석 발표 후에도 지난 수십년간 쿠릴열도 남단 4개 섬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던 중국이 이번 기회를 통해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으로 맞서 싸운 러시아와 일본은 홋카이도(北海道) 북쪽에 있는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을 둘러싼 영토 분쟁으로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국경에 관한 양자조약을 근거로 평화조약 체결에 앞서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을 돌려받길 원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2차대전 종전 후 전승국과 패전국 간 배상 문제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에 따라 4개 섬이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는 입장이다.
이런 까닭에 양국 간 영토 분쟁은 실질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또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후 일본이 서방이 주도하는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한다는 이유로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말 러시아는 쿠릴열도 개발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고 밝히며 실효적 지배 조치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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