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 개발업체인 A사는 최근 2년간 16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7월 근로자 B씨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해고됐고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는데요.
A사는 회사가 거의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라 B씨를 해고했다고 주장했지만, 중노위는 B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실제 지난해 10월 이후 매출이 없고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퇴사해 실질적으로 회사가 가동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석달 전인 7월엔 근로자가 해고될 당시에는 회사에 다수의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었고 회사 구조조정이나 폐업이 예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자만 유일하게 해고됐다는 게 문제였죠.
사용자가 임금 삭감이나 물적 비용 절감과 같은 해고 회피 노력 없이 유일하게 B씨만 해고해 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이 합리적이고 공정하지 않았던 겁니다.
또 중노위는 사용자가 해당 근로자와 성실하게 협의를 한 사실도 존재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근로기준법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 신선식품 판매 업체인 B사는 근로자 B씨와 3개월 수습 계약을 맺고 기간 만료 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할 예정이었지만, B씨의 근무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본채용을 거부했습니다.
A사는 그 근거로 B씨의 근무 점수가 본채용을 위해 필요한 70점에 미달하는 58점이라는 점을 들었는데요.
회사는 B씨가 '징계이력'과 '팀워크'에서 각각 구두경고 2회를 받았고 '팀워크' 항목에서도 동료들과 협업 자세가 미비하다는 점을 들어 낮은 점수를 준 겁니다.
현행법상 회사가 시용(수습) 계약 후 본채용을 맺지 않는 형태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통상 해고보다 그 정당성이 폭넓게 인정됩니다.
하지만 중노위는 시용기간 평가 결과를 근거로 사용자가 시용 근로자에 대한 본채용을 거부한 경우라도 객관적·합리적인 근거 없이는 사측이 본채용 계약을 거부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구체적으로 B씨가 구두 경고를 받은 이력과 근거가 존재하지 않으며, 동료들과의 협업이 미흡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내용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 "억울하게 해고 당했는데…호소할 곳이 없어요!"
회사에서 부당해고나 직장 내 갑질, 성희롱 등을 당했을 때, 보통 노조를 찾아가서 고충을 털어놓는데요.
하지만 다니는 회사에 노동조합이 없다거나, 있다 하더라도 노조원의 권리구제 보다 기득권 보호 등에만 집중해 어려움을 호소할 곳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용자로부터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휴직·정직·전직이나 감봉 등의 불이익을 당한 경우 전국 13곳의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회사나 근로자가 지방노동위원회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경우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이 가능합니다.
● 노동위원회 사건 대부분은 '개별 근로자 권리구제'
노동위는 당초 노사간 집단 분쟁에 대한 화해와 조정이 주 업무였지만 최근엔 근로자 개인의 억울한 사연이나 회사의 불합리한 처분을 구제사건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재 노동위 사건 10건 중 9건이 개별 근로자의 권리구제에 쏠려 있는데, 지난해 개별적 노동분쟁 사건은 1만3,528건으로 전년 보다 5.8% 늘었습니다.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일반 직장인들이 대안적인 권리구제 창구로 노동위를 많이 찾고 있는 거죠.
최근엔 직장내 괴롭힘이나 성희롱과 같이 어디에 '말 못할' 고민들을 조용히 처리하고 싶을 때 노동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노조나 직장 내 고충처리반 등에 얘기할 수 있지만, 괜히 소문이 나거나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돼 외부에서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근로자 권리의식이 높은 소위 MZ세대가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지난해 중노위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건은 1년 전보다 55%나 급증하기도 했죠.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과 펜데믹 등으로 근로환경도 급변하고 있는데요.
재택근무와 유연근무가 늘고 성과 위주의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면서 노동개혁 핵심인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을 둘러싼 분쟁 해결도 노동위의 몫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노위는 별도 비용 없이 노사 분쟁을 처리해주고 월 소득 300만원 미만 근로자에겐 무료 법률대리인도 지원해주고 있는데요.
무료 법률지원 대상이 되는 소득 300만원 미만 근로자는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절반에 달하는 만큼, 취약계층의 권리구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입니다.
또 부당해고 등 판정사건의 경우 법원에서 해결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노동위가 처리한 부당 해고·징계 등 판정사건의 처리기간은 평균 53일로, 2021년 평균(57일)보다 나흘 줄었는데요. 평균 326일인 법원의 소송 처리기간이 비하면 매우 짧은 기간에 처리되는 셈입니다.
● 분쟁 사건 급증하는데…중노위 조사관 수당은 '0원'?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일반 직장인들의 든든한 고충 처리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는 노동위도 고민이 많습니다.
독립 기관임에도 업무 관련성이 있고 예산 편성 권한이 있는 고용노동부의 산하 기관처럼 여겨진다는 점인데요.
재심기관이기 때문에 고용부와 함께 기관 이전을 한 세종으로 전국 각지에서 개별 근로자와 노사 당사자, 분쟁을 조정·판정하는 상임위원들까지 와야하는 물리적인 불편이 크다고 호소합니다.
이 때문에 출석률도 낮아 대면을 통한 노사협의나 당사자간 합의를 이끌어내기에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합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조사관 수와 낮은 처우에 대한 개선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지난해 중노위에 접수된 사건 수(1만8천여건)으로 2021년도와 비교해 1.9% 늘고, 같은 기간 심판 사건 수(1만6,700건)는 2.3% 증가했지만 중노위 조사관 수는 247명(조정 49명·심판 198명)에 불과합니다.
조사관 1명당 감당해야 할 업무가 매우 과중하다는 얘기죠.
고용부 근로감독관의 경우 월 25만원씩 조사 수당을 받지만 노동위 조사관은 비슷한 직급과 업무 강도에서 조사 활동에 필요한 수당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순환 근무 체제하에서 조사관들의 이동이 잦아 전문성도 키우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 발생하는 노사분쟁이 이전보다 더 복잡해지고, 까다로워진 탓에 노동위 판정받고도 법원까지 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또 개인간 분쟁 역시 그 건수가 더욱 늘어나고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고요.
올해 중노위에 배정된 예산은 449억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1.2% 늘어나는데 그쳤는데요.
노동위에서 다루는 법은 늘고 있지만 예산은 제자리걸음으로, 법 운용을 위한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근로자 권리구제와 노사간 분쟁의 '해결사'가 제 역할을 할 때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도 '결실 있는' 개혁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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