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스님도 실질적인 사용·종속 관계에서 업무상 지휘·감독을 받았다면 근로자라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판단이 나왔다.
고용노동부 소속 준사법기관인 중노위는 서울에 있는 한 사찰의 부주지(주지 직무대행직) 스님 A씨가 재단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고 구제 신청을 한 사건에 대해 이같이 판단했다.
A씨는 해고 사유·시기를 서면으로 통보받지 못했는데, 중노위는 재단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사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A씨 해임은 부당 해고라고 중노위는 결론 내렸다.
A씨는 '퇴거 명령에 불응하고 욕설 등으로 스님의 품위와 재단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989년 법명을 받아 스님이 된 A씨는 2021년 1월부터 이 사찰에서 부주지로 근무했다. 주요 업무는 신도 관리, 법당 축원, 인터넷 사찰 프로그램 자료 정리 등이었다. 이 사찰은 재단이 소유한 4개 사찰 중 하나로 최근 매각되는 과정에서 A씨와 재단 간 갈등이 발생했다.
재단은 A씨가 하던 일은 불교에 귀의한 종교인이라면 마땅히 수행하는 일이라며 정해진 업무와 근무 시간·장소가 없기 때문에 A씨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초심 지방노동위원회도 A씨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근로자가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재심 중노위는 A씨 업무가 개인의 종교적 수양에 기여하는 부분이 일부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재단의 지휘·감독 아래 사찰을 운영하기 위한 근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중노위는 A씨가 근로자라는 판단의 근거로 그가 사찰의 행정 업무를 재단에 보고한 점, 매월 300만원의 정기적·고정적 금액을 지급받은 점 등을 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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