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미국 은행권에 대한 불안이 계속되자 주식형 펀드 자금이 미국에서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 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TD증권은 펀드 정보업체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를 인용해 지난달 6∼31일 4주간 미국 주식형펀드 자금 시장에서 103억 달러(약 13조5천억원)가 순유출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신흥국 주식형펀드 시장에는 55억 달러(약 7조2천억원)가 순유입됐고, 이 가운데 72.7%인 40억 달러(약 5조2천억원)가 중국으로 향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PFR을 인용해 올해 들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 340억 달러(약 44조8천억원)를 빼간 반면 신흥국에 같은 규모의 자금이 순유입됐고, 이 가운데 160억 달러(약 21조1천억원) 가까이가 중국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는 제로코로나 해제 이후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른 것이며, 올해 유럽에 100억 달러(약 13조1천억원)가 순유입된 데에도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에 따른 대중국 수출 기대감이 일부 영향을 끼쳤다는 게 FT 평가다.
블룸버그는 최근 자금 흐름에 대해 투자자들이 중국과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 대해 미국의 은행권 불안 여파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씨티은행의 세계 금융 여건 분석에 따르면 아시아 금융시장이 미국에 비해 덜 영향을 받았고, 지난달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아시아 금융주 지수(일본 제외)는 오른 반면 미국 은행주는 10% 가까이 빠졌다는 것이다.
씨티은행의 요한나 추아는 "아시아는 (미국 등의 은행권 불안으로부터) 여전히 상대적으로 잘 차단되어 있다고 본다"면서 "미국 위주로 경기가 둔화할 경우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이는 아시아로의 자금 유입을 더욱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을 비롯한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들은 내수 서비스 위주인 인도나 중국 리오프닝의 혜택을 받는 태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은행권 불안의 여파에 취약할 것으로 보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을 비롯해 호주·인도네시아·인도 등이 기준금리 인상을 잠시 멈추는 등 아시아 국가들이 최근 통화정책에 변화를 보이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라는 시장 평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 불안과 수요 둔화 분위기 속에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경우도 강달러 압력 및 안전자산으로서 달러 선호 심리가 약해지는 만큼 아시아 시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다만 아시아 신흥국들이 미국발 금융 불안정에서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고 기대만큼 빠르지 않은 중국의 경기 회복, 미중 갈등 심화 등은 홍콩·대만 등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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