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였지만 지난해 파산한 FTX의 주먹구구식 경영 실태를 담은 보고서가 발간됐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FTX가 작년 11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뒤 새로 선임돼 뒷수습을 맡아온 현 경영진과 채권단은 전날 FTX 경영실태와 관련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FTX와 계열사들이 기업용 메신저 '슬랙' 상에서 수천만 달러 규모의 자금 이체를 승인해 왔다고 밝혔다. 지출이나 청구서 등을 대화창에 올리면 '이모티콘'으로 승인 여부를 답하는 황당한 방식으로 돈이 관리됐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메신저상에서 승인된 자금 이체와 관련해선 비공식적인 자료만 남아 있고, 그나마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과거 회사 내 통신을 이용해 "우리는 때때로 행방을 놓쳤던 5천만 달러(약 660억원)어치 자산이 굴러다니는 걸 찾곤 한다. 그런 게 삶 아니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뱅크먼-프리드는 FTX 파산의 진원지가 된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에 대해 "부분적으로나마 감사를 진행할 수 있을 임계점을 우스울 정도로 넘어서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파산신청 직전까지만 해도 FTX 경영진은 경쟁사들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정교한 시스템을 갖췄다고 주장했는데 순전히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FTX는 보안상 문제도 심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암호화폐 지갑을 열기 위한 개인키(private key)를 암호화 없이 일반 텍스트 파일로 저장한 경우가 적지 않았고, 일부 개인키는 구체적 설명 없이 '사용가능', '사용불가' 따위로 이름 붙여진 파일에 보관돼 있었다.
뱅크먼-프리드는 평소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이중인증'을 철저히 하라고 강조해 왔는데 정작 FTX와 계열사들은 구글 계정과 암호관리 과정에서 이런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고객 자산을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가상화폐 지갑인 '콜드월렛' 등에 분산 예치해 위험을 최소화한다던 주장과 달리 사실상 모든 암호화폐를 인터넷에 연결된 '핫월렛'에 보관해 왔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FTX 파산보호 신청 후 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구조조정 전문가 존 J. 레이 3세는 "FTX 그룹이 실패한 근본 원인 중 다수는 우리에게 익숙한 자만심과 무능, 탐욕이었다"고 지적했다.
바하마에서 체포돼 작년말 미국으로 송환된 뱅크먼-프리드는 사기와 돈세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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