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소규모 건설 업체나 스타트업 등이 주를 이뤘던 모듈러 주택 시장에 대형 건설사가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 건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새로운 먹거리 발굴의 일환으로 나선 것인데, 과연 경쟁력이 어느 정도 있을 지가 관건입니다.
부동산부 양현주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양 기자, 일단 모듈러 주택. 용어가 좀 생소합니다.
<기자>
모듈러 주택은 쉽게 말해 레고처럼 설명서에 맞게 각 부품들을 끼워 넣는 조립주택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관련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모듈러 건축 방식은 공장에서 주택 자재와 부품 70~80%를 사전에 제작합니다.
이후 운송을 하고 현장에서 건물을 조립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건축 방식 대비 20~30% 정도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데요, 두 달 정도면 단독 주택 한 채를 지을 수 있는 겁니다.
대량 생산도 가능한 점, 그리고 공사를 맡은 업체에 따라 천차만별인 주택 품질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또 일반적으로 공사현장이 시끄럽고 분진이 날리다 보니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많은데, 모듈러 주택은 이런 분쟁이 덜하겠죠.
<앵커>
보통 단독 주택 사업도 그렇고 특히 모듈 주택의 경우 대형 건설사들이 하지 않았는데, 오늘 국내 5위 건설사인 GS건설이 진출을 선언했네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기자>
자이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GS건설은 오늘 자회사를 통한 모듈 주택 사업에 공식 진출했습니다.
갑자기 GS건설이 왜 이런 행보를 보였는지, 의아할 수 있을 텐데요,
최근 몇 년간 사업 구조를 보면 이미 예견됐던 일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너 4세인 허윤홍 사장은 일찍부터 조립식 건축 사업인 '모듈러'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어왔습니다.
실제로 GS건설의 신사업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 이후 꾸준히 상승 중인데, 이중 40%를 모듈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GS건설은 지난 2020년 세계적인 모듈러 기업으로 꼽혔던 단우드와 엘리먼츠 유럽을 인수한 바 있습니다.
같은 해 모듈러 전문 회사인 자이가이스트를 100% 자회사로 설립하고 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인 B2B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오늘 GS건설의 발표는 앞으로는 B2C, 그러니까 단독 주택을 짓기 원하는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판매를 하겠다는 겁니다.
<앵커>
사실 해외의 경우 모듈러 주택이 익숙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생소한 사업인 게 현실이죠.
현재 신사업에서 발생하는 대부분 매출도 인수한 해외기업 단우드, 엘리먼츠 등에서 발생한 것이고요.
아파트 위주로 주택 사업이 이뤄지는 국내에서 시장성이 있을까요?
<기자>
국내 모듈러 주택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310억 원으로 전체 주택시장의 0.66%에 불과합니다.
가능성이 어느 정도일지 타진해 보는 초기 단계로 보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성장세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요,
지난 2018년 123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모듈러 시장 규모는 오는 2023년에는 거의 서른 배 가까이 뛸 것으로 전망됩니다.
은퇴를 앞둔 5060세대 중 40%가 희망 주거형태를 단독주택이라 답한 만큼, 수요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앞으로의 전망이 밝은 만큼 국내 모듈러 시장에 대형 건설사가 군침을 흘리며 행동에 나선 겁니다.
<앵커>
앞으로 커질 시장을 미리 선점하겠다고 볼 수 있겠군요.
그런데 사실 모듈러 주택이 공사비가 비싸다는 인식이 있지 않습니까.
공사 기간이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돈을 더 주고 모듈 방식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옛 기준인 35평과 54평 두 가지 형태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을 해서 가격을 한 번 비교해 봤습니다.
GS건설의 모듈 주택은 평당 600만 원~700만 원 정도로 책정할 예정인데요,
35평일 경우 건축비가 2억 원대, 54평은 3억 원대 정도 들어갑니다.
일반적인 콘크리트 방식으로 짓는 단독주택 가격에 비해 10%가량 저렴하다는 게 GS건설의 설명입니다.
보통 모듈 주택은 공사비가 더 비싸다는 인식과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저도 궁금해서 직접 물어봤는데요,
앞서 살펴봤던 해외 인수 기업인 단우드에서 싼값으로 목조를 수입할 수 있는 데다 공장에서 생산할 때 버리는 자재가 거의 없어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GS건설은 자이가이스트가 판매하는 모듈 주택이 앞으로 5년 안에 2천억 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금 가동 중인 당진 공장을 비롯해 아산 공장 등 추가 부지를 확보해 생산 규모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자이가이스트의 대표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남경호 / 자이가이스트 대표: 연간 1,200채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들 대기업이 단독주택시장에 들어왔느냐는 의문들을 갖고 계신데 탄소중립 이슈와 우리나라의 경우 3D 일을 안 하려는 것 때문에 인건비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듈러 프리패브 방식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에 들어온 거고요.]
<앵커>
해외에서는 고층 빌딩도 모듈형으로 짓는 곳이 있는데, 나중에 GS건설도 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GS건설은 모듈 사업의 시작을 단독 주택 위주로 정했지만 앞으로 2~3년간 기술 연구를 한 후 중고층형 빌딩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각각 44층, 32층 모듈러 아파트를 준공한 바 있죠.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도 신규주택 중 모듈러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달합니다.
아직까지 불모지인 국내 모듈러 사업 시장을 GS건설을 필두로 한 대형 건설사들이 어느 정도 끌어올릴지 주목됩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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