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일랜드어로 "고향에 왔다"…북아일랜드 정치 안정 촉구

입력 2023-04-14 05:28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일랜드 의회에서 연설하며 아일랜드어로 "고향에 왔다"고 선언하고, 북아일랜드 정치 안정과 평화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오후 아일랜드 더블린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아일랜드에 돌아와서 무척 좋다"며 "오직 바람은 더 오래 머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는 내 경력에서 큰 영광"이라고 몇차례 되풀이하고, "여기서 연설하는 건 아들 '보'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큰아들 보는 명실상부 정치 후계자로 여겨졌으나 2015년 사망했다.

그는 또 어머니가 함께 있지 않은 점을 아쉬워하고 동생·둘째 아들과 같이 왔다고 밝히는 등 개인적인 감상을 많이 털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지금 미국의 모습을 만들었다며 양국 관계의 특수성과 끈끈함을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아일랜드는 '가능성'이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며 "우리가 협력하면 능력 밖의 일이란 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아일랜드섬에서 30년간 이어진 폭력 유혈 사태에 마침표를 찍은 벨파스트(성금요일) 평화협정을 높이 평가하면서 "정치적 폭력이 다시는 허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국을 향해 북아일랜드와 관련, 아일랜드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또 "미국 기업 수백곳이 와서 투자할 준비가 돼 있는데 기관들이 작동하지 않다 보니 조심스러워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 자치지역인 북아일랜드에는 1년 넘게 의회와 정부 구성이 안 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후 본토와의 사이에 무역장벽이 생긴 데 불만을 품은 연방주의 정당 DUP가 연정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벨파스트 평화협정에 따르면 북아일랜드 의회에선 다수당 2개 당이 연정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중에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등에 관해서도 언급했고 여러 차례 큰 박수를 받았다.

전날의 말실수를 바로잡을 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그는 아일랜드 럭비팀이 뉴질랜드 팀(올 블랙스)를 때려잡았다고 해야 하는 상황에 아일랜드 독립전쟁 때 진압 경찰(블랙 앤 탠스)이라고 했으나 이날은 똑바로 말했다.

이날 의회 연설은 2시간가량 늦게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앞서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 만나 "우리는 가치도, 우려도 같다고 생각한다"며 "미국과 아일랜드의 관계가 더욱더 강해져서 좋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아일랜드가 우크라이나 난민 약 8만명을 받은 것을 두고 "쉽지 않은 걸 안다"며 높이 평가했다.

버라드커 총리는 "많은 곳에서 민주주의와 자유 등이 후퇴하고 있다"며 "미국의 지도력과 미국-유럽 간 협력이 없었다면 어떤 세상이 됐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과 아일랜드 관계가 이보다 더 좋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이든 대통령이 '안티 영국'이라는 일부 주장을 일축하면서 "영국-미국 관계의 힘을 절대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마이클 히긴스 대통령 관저를 방문해서 방명록에 "아일랜드 속담에 따르면 마음이 있는 곳에 발이 데려다준다. 돌아오게 돼서 영광이다"라고 적었다.

이어 관저 마당에 새로 식재된 참나무 주변에 흙을 끼얹고, 벨파스트 평화협정 10주년을 기념해 설치된 평화의 종을 울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관저에서 미국 기자들에게 "집에 안 갈 거다. 정말 멋진 장소 아니냐. 백악관 같다"고 농담하기도 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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