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밀문건 유출 사건의 주범이 주 방위군 소속 말단 병사로 드러나면서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비밀취급의 부실한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체포된 잭 테세이라 같은 21세 일병까지 접근할 수 있는 미국의 기밀 취급 시스템 자체가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13일(현지시간) CNN 방송, 일간 뉴욕타임스(NYT), 폴리티코 등 미국 주요 언론은 이번 사건으로 '1급 비밀'(top secret)로 분류된 기밀 문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일제히 지적했다.
1급 비밀은 통상 국가전략 차원에서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정보를 의미한다. 1급 비밀 취급 권한을 지닌 인사는 미 국방부 등 정보기관이 제공하는 일일 브리핑과 각종 분석 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지에서 수집된 광범위한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미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방첩안보센터(NCSC)의 2020년 '비밀정보 사용 허가 결정에 관한 2019회계연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0월 기준 1급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정부 공무원과 계약자를 포함해 125만1천958명으로 집계됐다.
2급 비밀(Secret)이나 3급 비밀(Confidential)에 대한 접근권이 있는 사람도 169만7천798명에 달했다. 당시 기준 약 295만 명이 1·2·3급 비밀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접근권을 받는 사람 수는 2017년에는 283만1천941명, 2018년에는 287만2천234명이 1·2·3급 비밀 접근권을 얻었다. 1급 비밀에 국한해서 봐도 접근 가능한 사람의 수는 2017년 119만4천962명, 2018년 121만2천88명, 2019년 125만1천958명으로 계속 증가했다.
NYT는 미군에서는 600명이 넘는 장성뿐 아니라 이들의 부관, 국방부 대령급 장교, 해군 함장, 하급 장교 일부는 물론이고,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정보부대 소속 일부 사병들까지 1급 비밀 취급 권한을 지녔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보면 1급 비밀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족히 수천 명은 될 것이라는 게 미 국방부 당국자들 설명이다. 2급 비밀의 경우 취급 권한을 지닌 사람이 더 많은 탓에 미 국방부나 여타 국가안보 기관 직원이라면 사실상 거의 전원에게 열람 권한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한다.
민간 군사업체와 싱크탱크 분석 전문가들조차 일정 수준의 비밀 취급권을 지닌다고 NYT는 덧붙였다.
NYT는 "이번 사건은 '1급 비밀'이란 것이 실제로 기밀이었는지, 국가안보기구들이 민감한 자료가 널리 퍼지도록 방치해왔던 것이 아닌지에 대해 폭넓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기밀 분류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 정부는 현재 기밀로 분류되는 정보의 양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규정을 업데이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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