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은 아르헨티나 물가가 또다시 기록적으로 오르면서 숨만 쉬어도 돈이 사라지는 생활을 견뎌야 하는 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립통계청(INDEC)은 3월 소비자물가지수(IPC)가 전년 대비 104.3% 상승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월 대비 월간 상승률을 7.7%로 작년 7월 마르틴 구스만 아르헨티나 경제 장관의 전격 사임으로 촉발된 2022년 7월 물가상승률 7.4% 기록을 경신하게 되었다. 또한 시장 기대치인 7%도 상회했다.
이로써,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누적 물가상승률은 21.7%로 정부가 예상했던 2023년도 연 60%의 물가상승률은 사실상 도달하기 어렵게 되었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부문은 교육으로 29.1%의 상승을 보였다. 그 뒤로 의류와 신발이 9.4%, 식료품과 비알코올성 음료가 9.3%로 기록하였으며, 특히 닭고기(+31%) 및 소고기(+13.5%) 가격과 야채, 우유, 달걀 그리고 과일 가격 인상이 식료품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경제부 담당자는 역대급 폭염으로 인한 가뭄과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이 없었더라면, 3월 인플레이션은 7.7%가 아닌 6.3%였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외부요인과 계절 영향을 배제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7.3%를 기록함에 따라 그 설명조차 설 자리를 잃었다.
아르헨티나 경제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올 한해동안 물가가 최소 110%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아르헨티나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88%를 뛰어넘는 수치이다.
작년 11월 세르히오 마사 경제 장관은 물가 억제 프로그램인 '공정한 가격'을 통해 올해 4월까지 월간 물가상승률을 3%로 낮출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브레이크 없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마사 장관은 이제 10월 대선을 바라보는 예비 주자로서의 자리마저 위태로워진 상황에 직면했다고 현지 일간지 클라린이 보도했다.
현지 마트에서 장을 보던 카를로스(42) 씨는 들고 있던 상추를 가리키면서 "상추가격이 소고기 가격보다 비싸다. 이제 야채 샐러드를 먹는 것도 '사치'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옆에 있던 부인 모니카(42) 씨는 "가격이 너무나 날뛰니 뭐가 싼지 뭐가 비싼지 판단이 안 되고 가격 비교하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 월급이 손에서 물처럼 빠져나가는 것 같다"며 화내듯 말했다.
도밍고 가발로 아르헨티나 전 경제장관은 2023년도 물가상승률은 최소 120%에 달할 것이라며 이는 실패한 가격동결 정책(공정한 가격 프로그램) 결과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인위적으로 가격을 억제한다 해도 근본적인 거시경제 해결 방안이 없으면, 억제된 가격은 '풀어지며' 그 후에 더 상승하기 때문이라고 현지 경제 전문 매체 이프로페시오날이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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